정부 ‘쌀 개방 협상’ 딜레마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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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진행 중인 쌀 협상에서 상대국들은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간 연장하는 대가로 자국 쌀을 국내 쌀 소비량의 8∼8.9%(41만∼45만5000t)까지 의무적으로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면 의무수입물량은 내년부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해(4%, 20만5000t)의 2배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보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화 정책으로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게 유리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주요 농민단체들은 전면 재협상, 농민피해 최소화대책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내놓아 정부가 연내에 최종안을 마련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농림부는 17일 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주최로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쌀 협상과 쌀 소득대책에 관한 대(大)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협상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윤장배(尹彰培)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주요국은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데 동의했으나 일부 국가는 5년 뒤 중간점검을 거칠 것을 주장했으며 유예기간 동안 의무수입물량의 최고 75%(30만7500∼34만1250t)까지 소비자 판매를 허용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徐溱敎) 연구위원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대국이 요구 수준을 7.5%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내년부터 400∼500%의 관세를 얹어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화를 하면 10년 뒤 쌀 수입량은 6.3∼6.4%로 올해보다 2.3∼2.4%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의무수입물량과 관세화

관세화를 유예하면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쌀을 수입해야 한다. 의무수입물량은 1988∼90년 연평균 국내 쌀 소비량(513만4000t)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관세화는 관세를 물리면서 쌀 수입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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