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디자인 제작과정 엿보기]‘옥동자’탄생에 2년간 밀실작업

  • 입력 2004년 8월 30일 17시 27분


《잇따라 선보이는 신차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품평이 한창이다. 차량 디자인은 최종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 관련 사진들이 공식 발표 전부터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네티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자동차가 31일 발표하는 신형 쏘나타(프로젝트명 NF)는 단연 화제 1호. “기존 쏘나타와는 비교도 안 되게 고급스럽다”는 찬사부터 “수입차 디자인을 베낀 것 아니냐”는 혹독한 평가까지 받고 있다. 2년이 넘어가는 신차 개발 기간 중 현대차의 디자인연구소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산고(産苦) 끝에 태어나다’=쏘나타는 ‘유럽 스타일의 고품격 세단’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쏘나타 디자인팀은 “최소 3년 앞을 내다보고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중형차 시장의 민감한 변화를 짚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쏘나타는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판매를 계획한 차종인 만큼 미국인들의 취향에도 신경을 썼다.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나 아우디의 A6 같은 유럽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설계된 3개 디자인 안은 수차례 품평 작업을 거쳐 A, B안 두 개로 압축됐다. 일단 실물의 4분의 1 크기로 제작된 두 차량의 클레이(진흙) 모델은 최종안이 선정될 때까지 수십 차례 비교 분석 및 전문가의 반응을 거쳤다.

최종안이 실물 크기의 클레이 및 금형 모델로 제작돼 각종 테스트 작업을 마치는 과정에서 추가 수정 작업이 계속됐다. 개발에서부터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2년4개월.

디자인팀은 아우디의 A6, 도요타의 캠리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안 닮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이 요구하고 디자이너들이 공감하는 ‘좋은 디자인’을 따라간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쏘나타 디자인을 총괄한 장재봉 연구원은 “유럽 차량들이 고급스러운 세단 트렌드를 주도하는 추세여서 유럽차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1일 공식 발표되는 쏘나타의 가격은 최하 1625만원(N20 수동 기본모델)에서 2575만원(F24S 프리미어 고급모델)으로 예상보다 크게 높지는 않다.

▽회사의 앞날을 주도할 디자인=쏘나타는 앞으로 나올 현대차 신차의 ‘패밀리 룩(Family Look)’ 기준을 제시하는 새 디자인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30일 “글로벌 경쟁력 및 브랜드 정체성(BI·Brand Identity)을 위해 쏘나타를 시작으로 향후 신차에는 디자인의 일관성을 나타내는 패밀리 룩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패밀리 룩은 한 자동차 업체의 제품 디자인에 공통되는 흐름을 뜻하는 용어. BMW나 벤츠 등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모델이 달라도 전체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는 패밀리 룩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회사의 미래를 주도할 디자인인 만큼 연구소는 보안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디자인실 진입까지는 3, 4단계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되고 언론이나 현대차 직원은 물론 바로 옆 건물의 설계팀조차 접근이 어렵다. 모든 디자인 관련 문서에는 암호가 걸려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 반응 조사 및 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자꾸 정보가 새는 것이 디자인 팀의 고민.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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