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 ‘재고와의 전쟁’…소비자 반응따라 물량 조절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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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업계가 재고관리에 목숨을 걸었다. ‘만들면 반은 재고’라는 게 얼마 전까지 의류업계의 상식이었지만 지금은 ‘만들면 대부분 팔아야 한다’로 바뀌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고는 바로 현금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는 최근 가수 샤크라 NRG, 탤런트 박예진 이윤미 등 유명 연예인의 코디네이터 6명을 본사로 초청해 가을 신상품 품평회를 가졌다. 큰 유행을 타지 않던 스포츠 브랜드가 지난해 말부터 최고의 트렌드 상품이 되다보니 유행을 앞서가는 연예인의 코디들이 찍어주는 상품에 기대게 된 것.

신원 쿨하스는 대리점주와 판매사원들이 참가하는 사전품평회를 연다. 이들이 매긴 점수를 바탕으로 매장에 선보일 상품 일부를 선정하게 되며 때로 판매자들의 아이디어를 상품기획에 반영하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2주일 이하로 걸리는 스폿생산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올림픽 패션’으로 특수(特需)를 누렸던 이번 여름철 스폿생산 비중을 평소 5%에서 20%로 높였다. 단기간에 인기 있는 디자인을 파악해야 하므로 휠라의 직원들은 서울 신촌의 홍익대 인근, 이태원 등지의 바, 클럽을 찾아다니며 젊은층의 취향을 파악했다.

속옷 브랜드 비너스는 원단만 미리 확보한 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생산을 조금씩 추가하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 비너스를 만드는 신영와코루의 김명배 광고홍보팀 차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소비자 반응이 나쁘면 원단을 폐기한다”며 “의류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시침질(가봉)과 디자인에서 덧붙여지는 만큼 만들어놓고 ‘땡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소개했다.

LG패션은 약 나흘 만에 신사복을 추가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 등이 일주일에 한 번씩 인기 있는 옷을 점검해 생산량을 결정하므로 신사복 업계에서는 드물게 판매율이 80%대까지 올라가 있다. 신사복은 통상 30∼40% 팔면 ‘평균 수준’.

신원 베스띠벨리는 주문 물량이 모두 동나는 ‘대박 상품’이라도 재생산하는 비중을 크게 줄였다. 대박 상품이 팔리던 시점의 날씨, 소비자 취향, 시장상황이 재생산 시점과 안 맞는 경우가 많기에 이를 대부분 스폿생산으로 대체한 것. 리바이스는 매달 판매순위 하위 20%에 해당하는 품목을 없앤다.

이처럼 스폿생산이 늘다보니 관련업체들은 아예 매장의 창고를 없애 재고의 여지를 주지 않는가 하면 매일 점포별 물량을 체크해 지역별 인기상품이 다른 경우 실시간 재배치를 하고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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