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량이냐, 휘발유차량이냐

  • 입력 2004년 7월 13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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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가솔린) 차량 대 경유(디젤) 차량의 경제적 매력도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당장 LG칼텍스정유가 12일 전 석유품목에 대해 24원씩 인상했다. 자동차 보유자들로서는 차량 유지비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지비 차원에서는 단연 우세한 쪽은 경유 차량. 그러나 경유 가격과 관련 세금 등이 매년 오르게 돼 있어 최종적으로 주머니에 남는 돈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유 차량 유지비 비싸진다=현재 휘발유, 경유, LPG의 가격 비율은 각각 100대 65대 44 정도. 그러나 개정된 교통세법 등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06년 100대 75대 60이 될 때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높아진다.

환경 단체는 이 비율을 100대 85대 50의 비율로 경유 가격을 더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경유 연소시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많이 배출되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경유 값이 더 오를 수 있는 변수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자동차세 개편으로 7인승 레저용차량(RV)에 적용되는 6만5000원의 세금 혜택이 점차 줄어든다. 2007년까지는 같은 배기량 승용차와 세금이 같아지는 것. 7인승 SUV 차량이 현재 대부분 경유 차량인 점을 감안하면 유지비는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양쪽 가계부 따져보니…=그렇다면 경유와 휘발유 차량을 앞으로 3년 동안 주행할 때 드는 비용 차이는?

싼타페와 뉴EF쏘나타의 경우 첫 해 등록비와 자동차세, 기름 값(1만5000Km 주행시)을 합친 총 비용은 각각 226만원, 409만원 정도 나온다. 싼타페 연비가 쏘나타보다 20% 정도 좋은데다 경유 가격도 리터당 910원 정도로 휘발유(약 1360원)보다 싼 덕분.

싼타페에 적용되는 세금 역시 6만5000원으로 쏘나타의 51만9000여만원보다 훨씬 낮다.

다만 싼타페 가격(2004만원)이 쏘나타(1647만원)보다 비싸 구입 1년 차에는 경유 차량에 드는 돈이 더 많다.

다음해인 2005년 7월 두 차량의 누적 유지비 차이는 319만원으로 벌어진다. 구입 3년 차인 2006년 7월이 되면 그 폭은 400만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경유 가격을 휘발유 대비 75% 수준으로, 자동차세를 순차적으로 올렸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 과거보다 경제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유 차량의 가격 메리트가 더 높다는 결론이다.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차이=두 종류의 차량을 가격 측면에서만 비교하기는 어렵다.

차량의 소음이나 진동 측면에서 봤을 때 경유 차량은 휘발유 차량에 뒤진다. 국내 경유 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RV는 외형이 투박하고 승차감도 상대적으로 거칠다. 이 때문에 RV의 승차를 꺼리는 여성들도 상당수다.

울퉁불퉁한 오르막길도 힘 좋게 지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된 RV와 부드러움, 정숙함을 강조한 승용차의 사용 목적이 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한국에도 경유로 움직이는 승용차가 나오게 돼 선택의 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외형은 날렵한 세단이면서 속에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경유 승용차의 국내 판매가 2005년부터 허용되는 것.

유럽시장에는 이미 디젤 엔진을 단 현대차의 아반떼XD나 기아차의 쎄라토 등이 수출되고 있다. GM대우차는 2006년 판매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연구소 지요한 부장은 "디젤 승용차는 엔진 소음 문제나 승차감이 많이 개선돼 양쪽의 장점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다"며 "유럽에서 디젤 승용차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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