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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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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은행 담당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이 상품은 우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른바 ‘미끼’ 상품. 약속한 이자를 주면 예금 1000억원당 연간 8억원의 적자가 나게 돼 있어 돈이 모일수록 적자가 커진다.
2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이 손해를 보면서 높은 예금 금리나 낮은 대출 금리를 주는 방법으로 우량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단골고객으로 만든 뒤 프라이빗뱅킹(PB·부유층 자산관리 서비스)이나 기업금융 관련 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입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HSBC 특별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 맡기는 고객은 연 4.6%의 이자를 보장받는다. 5000만∼1억원 미만을 맡기면 연 4.5%, 1000만∼5000만원 미만은 4.3%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HSBC은행 관계자는 “채권 수익률이 낮고 대출 증가율도 낮아져 예금을 아무리 잘 운용해도 적자”라며 “그러나 예금 고객이 펀드나 외환 거래 등을 하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우량 고객을 확보하려고 고금리 상품을 내놓았다. 씨티은행은 이자율이 연 4.3%인 3개월 만기 정기예금을 팔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4.28%다.
국내 은행도 우량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달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연 3.8%로 내린 국민은행은 기여도가 높고 거액을 예금하는 고객에게는 지점장이 판단해 4.1∼4.3%의 높은 금리를 줄 수 있도록 했다.
‘미끼 금리’ 방식은 은행들이 기업 고객을 유치할 때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 유통업체에 100억원을 거의 공짜 이자에 빌려줘 고객을 확보한 뒤 이 회사의 전자금융 서비스를 대행하며 매달 1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벌고 있다.
우리은행 정태웅(鄭泰雄) 부행장은 “은행이 이자로 돈을 벌던 시절은 끝났다”며 “예금과 대출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부가가치 금융상품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 은행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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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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