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매수세 실종… 추락의 끝은?

  • 입력 2004년 6월 13일 17시 52분


서울 증시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외국인의 ‘사자’ 주문에 의지하면서 900선을 넘어섰던 종합주가지수는 고(高)유가, 중국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 임박 등 3대 해외악재의 충격을 맞으면서 750선까지 밀렸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끊기고 이들의 매물을 받아줄 만한 ‘토종’ 매수 주체가 없다는 게 서울 증시의 최대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2년 만에 중장기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면서 향후 시장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600선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데드 크로스 출현=10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팔자’공세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중기 이동평균선인 60일선(직전 60일간 주가를 평균한 것)이 장기 이동평균선인 120일선(직전 120일간 주가를 평균한 것)을 밑으로 뚫고 지나가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데드 크로스가 나타난 것은 2002년 7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60일선과 120일선 사이의 데드 크로스는 현재의 불안한 수급(需給) 여건이 본격적으로 경기를 압박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증권에 따르면 1988년 이후 60일선이 120선을 위에서 밑으로 뚫고 지나가는 데드 크로스가 모두 15차례 발생했으며 이 중 실제로 하락 추세가 이어진 것은 12차례였다.

또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뒤 종합주가지수 하락기간은 평균 5개월이었으며 종합지수 하락률도 평균 23.6%에 이르렀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과거 평균치를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향후 5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6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60일선과 120일선 간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단기 이동평균이 장기이동평균선을 밑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것으로 상승 추세전환을 의미)가 발생한 이후 10개월 가량 대세 상승이 이어지다가 꼭 1년만에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서울증시는 첩첩산중=증시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와 고유가 추세 등 불투명한 해외여건으로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라며 당분간 조정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분석팀장은 “지난주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과 중국의 5월 소비자 물가하락 등 중량급 호재에도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며 “호재가 먹히지 않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부장은 “투자자들이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일본식의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단계로 들어간 것 같다”며 “은행 등 금융주의 하락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드 크로스 발생 이후 하락기간과 하락률
날짜발생 당일 종합주가지수
(포인트)
하락기간
(월)
하락기간중
최저 지수(포인트)
하락률
(%)
1989년 12월12일 879 10 566―35.6
1991년 12월21일 601 8 459 ―23.6
1996년 7월30일 807 6 600 ―25.7
1997년 10월 2일 636 3 338 ―46.9
2000년 3월27일 886 7 483 ―45.5
2002년 7월16일 771 8 512 ―33.6
자료:LG투자증권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데드 크로스 :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밑으로 뚫고 지나가는 것으로 증시의 하락 추세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이번처럼 중기 이동평균선인 60일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인 120일선을 밑으로 뚫고 지나가는 중장기 데드 크로스는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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