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8일 17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다만 한국의 대한주택공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 주택 공급 및 거래에 참여해 분양가나 거래가격을 규제하는 경우는 있다.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은 “적어도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하는 택지에서 건설되거나 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성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공공성 여부와 무관하게 주택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공공성 있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영국식 가격 규제를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 컨설팅 업체인 ㈜크레포스의 안상욱 대표는 “영국, 자메이카,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 공급하는 전력 가스 통신 등의 제조 원가는 모두 공개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가격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는 독점적인 공급자에 대한 가격 규제”라며 “경쟁 환경에서 실패 위험을 안고 사업을 벌이는 주택건설업체의 개별 프로젝트에 이런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박완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외국 사례가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한국은 아파트를 짓기 전에 선분양제로 공급돼 주택업체가 폭리를 취할 여지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공부문이 주택 분양 및 매매 당사자가 되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사례는 외국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싱가포르의 경우 전체 주택 공급량의 90%가량을 정부 산하기관인 주택개발청이 시행사가 되어 저렴하게 공급한다. 분양계약자는 5년 동안 의무적으로 거주하며 이사를 할 때는 주택을 도로 주택개발청에 넘겨야 한다. 시세차익의 대부분은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간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도 공공택지에서 정부 기금을 지원받아 건설되는 주택에 대해 비슷한 가격 관리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 같은 ‘공영개발’ 방식에 대해서는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주택문제의 근본 해법”(시민단체)이라는 의견과 “토지가 국유화돼 있고 인구가 적은 도시국가에서나 가능한 얘기”(주택업계)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