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냉장고·에어컨 판매 계속 급감

  • 입력 2004년 5월 31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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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63)는 올해도 에어컨 없이 한 여름을 나기로 결심했다. 손녀를 맡아 키우느라 여름 무더위가 걱정되지만 선풍기로 버티기로 한 것.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전자전문점이나 할인점 등에는 에어컨 냉장고 등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 도소매점으로 나가는 내구소비재 출하(出荷)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내수용 내구소비재 출하가 작년 1·4분기(1~3월)부터 올 1·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나타낸데 이어 4월에도 6.7%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냉장고 룸에어컨 피아노 등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냉장고의 출하는 작년 1·4분기부터 5분기 연속 20~37%씩 감소했고 4월에도 작년 동월에 비해 24.8%나 줄었다.

LG전자 이영하(李榮夏)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4월의 가전제품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고 특히 에어컨은 40%나 줄 정도로 내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에어컨의 수출이 작년 대비 30~40% 늘어나 LG 창원공장이 작년보다 5~10% 정도 늘어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위니아만도는 계속되는 내수 침체로 에어컨 판매목표를 올해 처음으로 전년도보다 10%정도 낮춰 잡았다. 올 1~4월 내수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0~25% 준 상태.

이마트의 가전담당 바이어 김홍극 과장은 "소비자들이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대체품이 있거나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의 경우 특히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도 안 팔리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자동차판매 인천시 계양구 계산영업소 임충식 소장은 "예전에는 매일 4명 이상 영업소에 방문해 구입 상담을 했는데 최근에는 이틀에 한 명 찾아올까 말까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4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대수는 35만8304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50만5096대에 비해 2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GM대우차는 매그너스를 만드는 부평2공장의 월 근무 일수를 4일 정도 줄이는 등 조업을 단축했다. 현대차와 쌍용차도 일부 생산 라인의 잔업과 특근을 줄이는 등 생산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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