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인플레이션 시대 오나

  • 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47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원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초래된 물가 불안이 한국 경제에 ‘복병’으로 등장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서도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휘발유, 항공료, 의류 등의 가격 상승으로 전달에 비해 0.5% 올랐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서는 1.7% 상승했다.

변동이 심한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core)’ 소비자물가는 2월보다0.4% 올라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는 0.3%, 핵심 소비자 물가는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대체로 인플레이션의 척도로 여겨지는 노동부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이처럼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경기과열에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이미 ‘인플레이션의 축’으로 등장했다.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7% 상승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일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7%에서 7.5%로 인상하는 등 통화긴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3월 국내기업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0.2% 상승한 95.5(2000년 평균 100 기준)를 기록, 200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일본은행이 13일 발표했다.

기업물가의 상승은 일본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적어도 기업간 거래에서는 일본 경제의 한 골칫거리였던 디플레이션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한편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미국이 통화억제 정책을 취하거나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나 이미 경기 회복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미국과는 달리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아직은 금리인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허찬국(許贊國)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FRB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 내수 회복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날 때까지는 금리인상을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또 “중국 금융 당국이 본격적으로 통화량 억제 정책을 취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중(對中) 수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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