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시장적 정부 요구엔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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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7일 “대주주인 정부가 시장을 거스르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잘못된 요구를 할 경우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황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로선 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금융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나를 임명한 사람은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주주와 고객 등 시장”이라며 “앞으로 시장의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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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우리은행장 인터뷰

그는 특히 “우리금융의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싼 이유는 정부가 시장에 반(反)하는 요구를 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대출금 회수 자제를 요청하거나 인사 청탁을 할 경우 이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의 민영화와 시기에 대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일과 민영화를 모두 추진하되 두 과제가 충돌하면 주주가치를 앞세우겠다”고 말해 내년 3월로 예정된 민영화 시한이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회장은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대해 “씨티그룹이 국내 소매금융 시장을 잠식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씨티그룹이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공략해 기업금융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해 우리금융을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우는 동시에 우리은행을 ‘기업을 살리는 은행’과 ‘기업에 강한 은행’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게 황 회장의 전략이다.

그는 “잠시 어렵더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은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위험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 및 기업 컨설팅 전문가를 많이 길러내겠다”고 다짐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우량 기업에는 출자(出資)전환을 하고 3∼5년 동안 경영 구조를 개선해 매각하는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 기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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