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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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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외연이 커지면서 회사가 태생에 어울리지 않게 중견기업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비즈니스와 익숙한 한국 땅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도약에 필요한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 가능성을 제주도에서 찾겠다는 얘기였다.
이 사장은 “싱가포르 회사들이 국내가 아닌 아시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면서 “직원들이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를 근거로 한국 중심에서 벗어나 일본 중국 등 해외로 좀 더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떠나 비즈니스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 “오늘 오전 서울에서 조찬 모임을 가진 뒤 출발해 제주도에 오전 10시경 도착했다”며 “서울에서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데도 2시간 이상 걸릴 때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직원들의 동참 여부에 대해선 “서울에서보다 삶의 질이 나아지고 회사에서 교육, 문화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면 오히려 인재를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다음 유치원’이나 ‘다음 놀이방’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기관을 만들면 제주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집단 합숙소를 만들고 직원 전용 학교를 만드는 것은 무리겠지요. 하지만 직원들과 가족이 재밌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습니다. 미혼 직원들은 ‘사내 커플을 장려하는 것이냐’고 농담도 해요.”
제주도에 다음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작은 ‘기업도시’를 형성하는 것은 아직 예단할 수 없다는 것.
그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의 지방 이전을 장려하기 위한 법인세 감면 혜택만 해도 지난 10년간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혜택 폭이 줄어드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더군요. 우리나라는 단체장이나 정부의 책임자가 바뀌면 정책이 바뀌곤 하는데 이 부분만큼은 일관성 있게 유지됐으면 합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을 3차례로 나눠 제주도로 파견한 뒤 성공 여부에 따라 본사의 본격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다음은 ‘선발대’로 자원한 연구소 직원 15명이 내달부터 일할 사무실을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북제주군 애월읍에 마련했다.
이 사장은 “제주에서 아주 재밌고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첫 출발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바꿀 만한 창의적인 일을 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글을 띄웠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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