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해빙 봄바람’ 부나…규제완화등 정책변화 주목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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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강신호 전경련회장이 22일 오전 경기 용인 남부컨트리클럽에서 전격 회동해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
이헌재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강신호 전경련회장이 22일 오전 경기 용인 남부컨트리클럽에서 전격 회동해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와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22일 ‘골프장 회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날 만남에서 이 부총리가 기존 대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창업투자’로 간주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그동안 줄곧 긴장관계였던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재계, ‘해빙(解氷)시대’ 오나=비가 와서 골프를 치지는 못했지만 ‘경제팀 수장(首長)’인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첫 라운딩 상대로 ‘재계의 수장’ 격인 전경련 회장을 택한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정부-재계 관계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보다 냉랭했다는 평이 많았다. 신(新)산업 진출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 또는 완화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총수의 전횡 가능성만 커지게 한다”며 단호하게 반대해왔다.

반면 재계는 “정부가 지나치게 ‘친노(親勞)’ 성향을 보인다”며 “정부가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정책 기조에 변화조짐이 발견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달 들어 이헌재 경제팀 출범 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사석에서도 “경기가 좋아지려면 부자(富者)가 돈을 많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총리 임명 발표 후에는 “개혁과 성장 중 하나를 택하라면 성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들은 상대적으로 ‘분배’를 중요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했던 현 정부의 ‘코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

이 부총리와 강 회장은 정부와 재계의 협력 채널을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경부 공무원을 전경련에 파견하고 재경부 경제정책국 내에 전담 부서를 두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재계와 정부의 ‘해빙 무드’가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윈-윈(win-win) 게임=올해 국정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있는 정부로선 실제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재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4월로 임박한 총선 때문에라도 그렇다. 재계 역시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등과 관련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와 재계의 관계개선 분위기는 양측이 투자활성화를 ‘연결고리’로 윈-윈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에 적용됐던 차별대우가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코드 전환’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직도 여전히 현 정부 핵심인사 가운데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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