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더 떨어진다” 수출 초비상… 中企 큰 피해 예상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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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미국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담을 앞두고 3일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강세)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동반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전문가들은 G7회담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환율이 급락할 경우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악화로 주가 추가하락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도 주름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환율 더 떨어진다”=이날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던 1170원 선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1180원 선이 무너진 지난달 27일(1176.2원) 이후 일주일 만이다.

재정경제부는 즉각 환율방어를 위한 구두(口頭)개입에 나섰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오전 “과도한 환율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주요국
통화 절상 정도 (단위:%)
화폐평가절상 비율
원-달러 1.35
엔-달러 12.50
유로-달러 18.45
파운드-달러 12.98
2002년 말과 비교. - 자료:한국은행

환율이 급락한 이유는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환율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잔뜩 들어온 데다 1월 무역수지 흑자 폭이 30억달러에 육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지르면서 환율하락 압력이 강해졌다.

외환은행의 구길모 과장은 “외환 딜러들의 예상과 달리 1170원 선이 너무 힘없이 무너졌다”면서 “G7 재무장관 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힘든 상태여서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환율 충격파로 휘청=이날 증시는 환율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휩싸였다.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지역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이 가시화될 경우 주식시장도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

교보증권 신규광 연구위원은 “수출기업 중심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체가 환율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정부와 기업, 환율 하락 대비해야=환율 급락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외화표시 수출상품 가격의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면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수출비중이 낮은 기업은 원재료 매입비용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좋아진다.

무역협회 무역전략팀 신승관 박사는 “수출 중소기업은 원-달러 환율 1152원에서, 대기업의 경우 1126원에서 손익분기점을 맞게 된다”면서 “특히 환율이 고정돼 있는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경공업 분야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낮은 환율 수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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