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지원’ LG계열사 주춤…유화-상사-건설 내려

  • 입력 2004년 1월 28일 17시 54분


LG그룹 계열사들이 또다시 LG카드 지원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LG그룹과 LG카드 채권단의 합의에 따라 LG석유화학, LG건설, LG상사 등이 LG카드의 기업어음(CP)을 사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호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LG카드 지원이라는 악재가 이미 노출됐고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 요인까지 안고 있기 때문에 이들 3개사의 주가 하락을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권고도 하고 있다.

▽LG카드에 발목 잡힌 LG 계열사들=LG카드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LG석유화학, LG건설, LG상사 등 3개사는 28일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LG석유화학이 4.05% 빠진 2만8400원에 장을 마쳤으며, LG건설과 LG상사 주가도 각각 2.81%와 3.30% 내렸다.

이들 3개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LG카드 경영정상화를 위해 LG카드가 발행한 기업어음(CP) 500억원어치씩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우량 계열사가 부실 관계사를 지원하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실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는 우량 회사들은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LG그룹이 LG카드에 지원키로 한 8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은 어떤 계열사가 지원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도 ‘LG카드 지원’이라는 악재에 언제 노출될지 모른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작년에도 LG카드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LG카드 지원설에 시달리며 번번이 주가급락을 경험해야 했다.

▽LG카드 지원에 따른 여파는 단기적=그러나 전문가들은 LG그룹 계열사들의 LG카드 지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LG카드 지원이 LG석유화학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500억원을 상각처리한다고 해도 주당가치 감소 규모는 600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주가하락을 저가(低價)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회복을 점치는 의견도 많다.

삼성증권은 “LG상사의 경우 패션사업 영업이익이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작년 3·4분기(7∼9월) 74억원으로 떨어졌지만 4·4분기(10∼12월)에는 250억원까지 회복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현대증권 박대용 연구원은 “LG석유화학의 LG카드 CP 매입은 ‘투자’가 아닌 ‘지원’을 뜻하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실추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에틸렌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등 업황(業況) 호전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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