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지분 많이 늘렸다…경영권 보호위해 적극매수

  • 입력 2004년 1월 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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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회장들이 경영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 대주주 지분을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들이 고(高)배당 요구와 경영진 교체 등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 가능성에 대비하고 적대적인 인수합병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안정적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 사례는 안정적인 지분 확보의 필요성을 대주주들에게 심어줬다는 지적이다.

7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0대그룹 회장(명예회장 포함)의 보유주식 수는 작년 말 현재 1억722만주로 2002년 말(9985만7000주)에 비해 736만3000주(7.4%) 증가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99년 이후 매년 상장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크게 늘려 경영권 안정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대주주들=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주식 245만2000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4개 상장 계열사에 대한 보유주식 수가 3016만여주로 8.8% 늘어났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4.08%에서 5.19%로 1.11%포인트 증가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10월 제휴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지분 경쟁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현대차 주식 245만주를 매집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정 회장의 보유주식 수는 △99년 2185만주 △2000년 2722만주 △2001년 2771만주 △2003년 3016만여주로 매년 늘어났다.

김승연 회장도 지난해 ㈜한화 주식 742만여주를 매집하면서 지분을 종전 12.95%에서 22.86%로 9.91%포인트 늘렸다. 김 회장의 한화 계열사에 대한 보유주식 수는 1년 동안 무려 50%가량 증가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화증권 주식 등을 판 돈으로 한화유통 등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 지분을 매입했다. 증권가에선 소버린의 SK㈜ 지분 매집사건이 김 회장의 ㈜한화 지분 추가 매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옛 LGCI)와 LGEI의 합병 등으로 전체 보유주식 수가 1958만여주로 32% 증가했다.

▽보유주식 수가 줄어든 회장은?=최태원 SK㈜ 회장의 계열사 보유주식 수는 2002년 말 864만여주에서 작년 말 206만주로 76%나 급감했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SK네트웍스 지분을 모두 매각하거나 소각했기 때문. 그러나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난해 SK㈜ 주식 62만3400주를 추가로 매입해 개인 지분이 0.11%에서 0.60%로 높아졌다.

롯데 신격호 회장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계열사 주식을 팔면서 8%가량 주식수가 줄었다.

한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전자 282만여주(1.85%) 등 4개 상장 계열사 보유주식 수가 524만여주로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보유주식 평가액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43%가량 증가한 1조3056억원에 이르렀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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