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렇게 바꾸자]<3>정치자금 투명화

입력 2003-12-09 19:11수정 2009-10-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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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개혁의 기본 전제는 ‘투명성’의 확보다. 투명성이 확보되면 정치 자금 모금과 사용에 대한 규제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정치자금의 공급을 줄이는 것만이 개혁은 아니며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을 급격히 막아버리면 오히려 음성 거래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또 투명성 못지않게 정치자금의 소액다수주의의 확대를 강조했다. 지금과 같이 기업에 의존하는 정치자금 구조로는 정치가 대기업의 이익에 매몰되기 쉽기 때문이다. 소액 후원금의 합계를 기준으로 매칭펀드제(후원금 액수에 비례해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국고보조금을 중앙당이 아니라 의원 후보들에게 매칭펀드 방식으로 직접 나눠줘 중앙당의 개별의원에 대한 통제를 완화할 뿐 아니라 정치신인에게도 지원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당 활동비용과 선거비용 구분을 폐지, 정당활동비를 가장해 선거비용으로 전용하는 폐단을 막는 한편 선관위에 회계조사권을 부여하고 정당에 기업회계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궁극적으로 국고보조금 등에 의한 자금조달이 아니라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자발적 지지자의 후원금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관련기사▼
- <1>왜 정치개혁인가
- <2>정치안정의 조건

▽김용호 교수=후원금도 일종의 정치적 표현수단이므로 대기업의 기부에만 의존하면 결국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자의 정치적 의사 반영이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소액다수주의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모종린 교수=정당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정치자금 투명성의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회계 및 감사제도를 정당에 도입해야 합니다. 정치자금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모금이나 지출에 대한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유권자나 기업이 정치자금 기부단체를 만들어 원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간접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 자발적 정치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벌로만 해결되지 않는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기선 국장=정치자금 건전화를 위해서는 지출 요인을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중앙당 사무직원수는 정당법상 150명으로 규정돼 있으나 한나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은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이름의 별도 유급직원이 수십명, 심지어 100여명에 이르는 까닭에 인건비 등 경상비만 해도 연 100억원 정도 듭니다. 따라서 중앙당을 슬림화해야 합니다.

▽임혁백 교수=소액다수로 나가야 정치자금을 많이 받는 정치인이 유권자의 지지를 많이 받는 것과 동일시될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을 많이 모은다는 것이 그 당의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돼야하는데 지금은 ‘정치자금을 많이 받는 정당은 부패한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선관위가 인터넷헌금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소액다수 후원자들이 일정한도까지만 기부가 가능한 후원금 지불 코너를 클릭하게 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소액다수주의 확대와 투명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효종 교수=요즘 (완전)선거공영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지금도 선거비용의 60∼70%는 공영제로 하고 있는데 선거비용을 100% 국가가 부담한다면 경쟁력 있는 정치인과 없는 정치인이 차별화되지 않습니다. 경쟁민주주의 정신을 살려야지요.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하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저는 강제성을 띤 정치자금은 선거민주주의의 본질적 측면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강경식 이사장=그런 맥락에서 국고보조금 지급도 개별 정치인이 거둔 정치자금 규모에 비례해서 지원토록 하는 매칭펀드제를 도입하면 정치자금 수입구조가 보다 민의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유인태 수석=너무 급격하게 정치자금 공급을 줄이는 것이 꼭 개혁은 아닙니다. 다만 중앙당은 ‘정치건달양성소’ 비슷하게 돼있으므로 당연히 슬림화해야 합니다. 다만 앞서 소액다수주의가 강조됐는데 현실적으로 법인으로부터 돈이 안 나오면 나올 곳이 없습니다. 너무 급격하게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묶으면 다시 음성적 거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선거비용 지출과 관련해서는 정당활동비와 선거비용을 법상 구분해놓았지만 선거철에는 정당의 모든 활동이 선거관련 비용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다 선거비용으로 보면 됩니다. 정당활동비라는 ‘구멍’을 만들어놓으니까 선거비용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이지요. 또 법적 감시망에 올리는 선거비용 상한액도 공식 선거운동기간(16일)에 쓴 것만 계산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16일 동안만 돈 쓰고 그전엔 안 씁니까.

따라서 선거운동기간을 4개월 전이나 120일 전 이렇게 고치고 그때부터 정당활동을 빙자해 편법적으로 이뤄지는 실질적인 선거비용 지출을 모두 선거비용으로 계산하는 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모 교수=그렇습니다. 복잡한 정치자금 관련 조항을 통폐합해 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짧은 기간에 특정 활동에만 지출하는 비용을 선거비용이라고 정해 놓아 편법이나 우회 지출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치자금과 선거자금 규제를 일원화해야 합니다.

▽임 교수=정치자금의 수요 못지않게 공급 측면이 중요합니다.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진정치인들도 미국 메인주에서 실시하는 ‘청정선거제(clean election)’처럼 후원회 대신 국가가 선거자금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신진정치인 및 지방정치인들도 후원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김 교수=후원금 기부자 명단의 공개와 관련해 프라이버시론을 내세워 비밀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자체가 이미 공적인 활동인데 어떻게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해서 원하면 공개하고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여기에다 현재 국고보조금은 분기별로 지급하면서 왜 선관위 회계보고는 1년에 한 번만 받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업 회계보고나 가계부도 1년에 한 번 정리하려면 그게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 국장=사실 정당의 회계관계 서류를 보면 주먹구구식이고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가기관의 회계기록 장부에 기록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 수석=요즘 상향식 공천이 확산되면서 당내 경선에 들어가는 비용이 본선거 이상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특히 국민참여형 경선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용은 제재 수단이 모호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처리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정리=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기부자공개 정당별 입장▼

토론에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된 기부자 명단 공개와 기업회계 도입 및 내외부감사제 도입 등에 대해 각 당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이경재(李敬在) 의원은 “후원회제도가 존속될 경우 일정액 이상의 기부자 명단 공개에 원칙적으로 찬성 한다”며 “기업회계 방식에 준해서 회계절차를 엄격히 하고 내외부 감사제를 강화하는 방안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우리 당은 이미 중앙당과 시도지부의 회계처리 명세를 1월 중 공개키로 했고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기부 명세 공개 여부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연간 500만원, 1회 100만원 이상 기부자 명단을 공개토록 하는 당론을 바탕으로 다른 당들과 협의 중”이라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이미 당헌당규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명세 공개도 중요하지만 지출 공개가 더 중요하다”며 “지출부문에 불법이 있으면 수입도 불법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고보조금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는 “기업회계 도입이나 공인회계사를 동원해 내외부 감사를 강화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기부자 공개는 야당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의 기부를 꺼리게 할 수 있는데다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그래픽 이혁재기자

▼토론참석자(가나다순)▼

▽강경식(姜慶植)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용호(金容浩)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모종린(牟鍾璘)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박효종(朴孝鍾)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양수길(楊秀吉) 전 주OECD대사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기선(李基善) 중앙선관위 홍보국장

▽이재호(李載昊) 본보 논설위원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정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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