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씨 당당하게 나서라

동아일보 입력 2003-12-09 18:29수정 2009-10-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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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후보였던 이회창씨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그 이유야 어떻든 도리가 아닌 듯싶다. 측근 중의 측근으로 이 후보의 개인후원회(부국팀) 부회장이었던 서정우 변호사가 긴급 체포된 데 이어 이정락, 이흥주씨 등 부국팀의 다른 관계자들도 대거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도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자금 액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언제 어디서 또 무엇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 수사를 보복, 편파 수사로 규정하고 대선자금 의혹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 후보가 나서야 한다. 부국팀이 대선을 앞두고 당의 공조직으로 흡수됐다고는 하나 돈 준 기업들이 이 후보를 보고 주었지 서씨나 당을 보고 주었겠는가. 서씨와의 관계로 보더라도 이 후보가 불법 모금을 몰랐다고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한때 당의 총재였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털어놓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다.

이 후보는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때 그 각오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 후보의 용기 있는 고백성사는 정치권의 검은돈 관행을 뿌리 뽑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찰 또한 편파 시비가 일지 않도록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도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당시 노 캠프로도 적지 않은 돈이 흘러 들어갔고 당선된 이후에는 당선 축하금까지 건네졌다는데 검찰이 지금까지 내놓은 것은 선대본부 총무위원장이었던 이상수 의원이 SK등에서 받았다는 수십억원이 전부다. 이러니 “50년 헌정사에 어떤 승자도 패자에게 이처럼 가혹한 보복의 채찍을 든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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