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V字형 오르락내리락…증시 힘겨루기 승자는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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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약세를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뚝이처럼 반등하는 국면이 3개월째 펼쳐지고 있다. ‘V자’형 반등에서 ‘최근 주가하락이 일시적이고, 떨어지더라도 원래 지수로 빠르게 회복하는’ 패턴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호재와 악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V자 반등에 성공한 이후 시장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투자자들의 관심은 ‘추가 상승이냐, 다시 게걸음 장세냐’에 온통 쏠려 있다.

▽팽팽히 맞서는 ‘수급요인과 해외부문 호재’=국내 증시가 엎어졌다가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서는 데는 해외경기 회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 호조가 가장 큰 ‘공신(功臣)’이다. 내수부진과 국내 매수세력의 실종, 카드채 문제, 대기업 비자금 수사 등 국내부문 악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반면 수출과 해외부문은 호재로 꼽힌다.

최근에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선물과 현물간 시세차를 이용,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임시로 사놓은 주식)이 1조7000억원대에 이르면서 잠재적인 물량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물량은 선물만기일(11일) 전에 청산되거나 만기연장돼야 하는데 청산물량이 많을 경우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일 주식시장에선 차익 매물과 프로그램 매물이 일부 흘러나오면서 장중 한때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반면 ‘쾌속 항진(航進)’을 하고 있는 수출은 국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1월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22.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데다 특히 흑자 규모(28억7000만달러)는 98년 12월 이후 5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또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8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인 62.8을 기록해 미국 경기의 빠른 회복세를 보여줬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이에 힘입어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1,989선까지 상승하며 2,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나=2일 주식시장은 하루 종일 등락을 거듭하는 눈치장세가 펼쳐졌다. 외국인들이 21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들은 ‘팔자’로 일관하면서 차익실현에 치중했다. 반등 이후 추세의 방향성에 확신을 두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장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때문인 반면 이번 상승장에는 자생적인 세계 경기회복 추세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수출 등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경기지표를 계기로 국내 증시의 향후 추세도 수급보다는 경기 상황에 더 의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이에 따른 국내 수급 상황의 악화가 증시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카드 사태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고용회복은 더욱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ISM지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고점 근처에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하면서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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