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지원' 시장반응]"할인증자 불가피" 주가 출렁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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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17일 LG카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LG카드를 살리겠다는 원칙과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방안의 큰 뼈대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통해 1조원의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것. 또 이미 상당부분 알려졌지만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LG카드의 해외자본 유치 소식에 이은 LG그룹의 지원 발표에 대해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채권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배경과 전망=LG그룹의 개입은 이미 시장에서 꾸준히 요청해 온 사안이었다. 지속적인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LG카드의 누적 적자는 1조168억원으로 상장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자본 확충에도 노력했지만 연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규모도 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LG카드는 12월로 예정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38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대출, 6000억원 규모의 채권 신규 발행 및 만기연장 등으로 어려움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10월 이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크게 떨어졌고 LG카드 전용 펀드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LG카드를 이대로 죽게 만들거나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회사를 살리고 가치를 높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룹측은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신기능을 갖고 있는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추가적인 자본유치 완료’라는 내용을 넣어 은행 등 건실한 해외 투자자에게 제값을 받고 회사를 팔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시장의 시각과 반응=이날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LG카드 주가는 개장 이후 하락폭이 커지다 장 막판에 조금 반등해 14일보다 950원(7.25%) 내린 1만215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는 한때 1만1800원까지 떨어졌다. 회사가 외자를 유치하면 새 주주에게 액면가나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는 ‘할인증자’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가 반영된 것.

그러나 LG그룹이 오후 2시45분에 발표를 통해 주식 증자가 아닌 다른 형식의 자본 확충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주가가 다소 반등했다.

LG카드 관계자는 “후순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뒤 주식 전환되기 전 회사가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주식의 가치를 보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병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이미 3000억원 유상증자가 확정됐고 7000억원 부분도 정해진 것이 없어 당분간 주가는 부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LG카드는 최근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모두 거래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신동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행돼야 회사채 거래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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