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농업-농촌대책 발표]농업에 향후 10년간 119兆 지원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9시 13분


‘농업·농촌 지원 계획안’이 11일 발표됐다. 이날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촌진흥청 운동장에서 열린 우리농산물 한마당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우유빈대떡 등 우유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있다. -박영대기자
‘농업·농촌 지원 계획안’이 11일 발표됐다. 이날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촌진흥청 운동장에서 열린 우리농산물 한마당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우유빈대떡 등 우유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있다. -박영대기자
《시장 개방 압력에 직면한 농업 분야에 내년부터 10년 동안 정부 예산과 각종 기금에서 119조원이 지원된다. 또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농지 면적이 늘어나고, 기계화 농업이 불가능한 한계 농지를 실버타운이나 펜션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제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업·농촌 지원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원 계획 주요 내용=정부는 119조원 가운데 50조5140억원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해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까지 투자 및 융자 방식으로 지원키로 했다.

분야별로는 농업 구조조정 및 체질강화에 전체 지원 규모의 36.5%인 18조4530억원이 사용된다. 이어 직불제 등 농가 소득 및 경영 안정 강화에 12조9240억원(25.6%), 경지정리 등 농업생산기반 정비에 7조9980억원(15.8%)이 투입된다.

또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68조4860억원을 정부 예산과 기금에서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농림부 정학수(丁鶴秀) 농업정책국장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직후인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농업 투자, 융자 규모가 82조원이지만 농민 부담과 지방비 지원을 빼면 실질적인 국고 지원은 62조원 수준”이라며 “이번 방안은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금액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림부는 내년 중 농민이 아닌 일반인이 매입할 수 있는 농지 면적 상한선(현행 303평 미만)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농업진흥지역에 속하지 않은 농지로 필지가 작거나 경사가 심해 기계화 영농이 힘든 땅에 대해서는 실버타운이나 펜션, 농촌형 성장산업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되지 않도록=농림부는 UR협상 이후 10년 동안 농업 분야에 82조원을 지원했지만 농촌 사정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 중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농가 소득 비중은 89.1%에서 73.0%로 줄었다. 농가 부채는 같은 기간 중 가구당 568만원에서 1990만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지원 방식을 대폭 개선해 상환 능력이 있는 농민 위주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3년 단위로 투자, 융자 계획을 평가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현재 일선 시군구에서 결정하는 투자, 융자금 지원 대상을 농협 등 금융회사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崔世均) 연구위원은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지원금이 나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 융자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속 대책’ 지적도 나와=이번 계획안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농민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급조된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계획안에서 내년부터 2008년까지는 분야별 투자 규모가 나오지만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전체적인 지원금 규모(68조4860억원)만 나오기 때문.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한두봉(韓斗鳳) 교수는 “확정되지 않은 분야별 예산은 국회 등에서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기환(全基煥) 정책위원장도 “장기적인 농촌 살리기 대책 없이 나온 투자, 융자 계획은 농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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