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5분이면 회사설립 싱가포르선 선물 안통해"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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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법률회사들의 모임인 ‘렉스 먼디’의 회원 변호사들이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시아 각국의 투자환경을 비교하는 ‘역할연극’을 했다. 공종식기자
세계 각국 법률회사들의 모임인 ‘렉스 먼디’의 회원 변호사들이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시아 각국의 투자환경을 비교하는 ‘역할연극’을 했다. 공종식기자
“맥도널드는 홍콩에 합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협상팀에 주어진 시간은 이틀 정도입니다. 홍콩에선 회사를 설립하는 데 얼마나 걸리지요?”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물론 필요한 서류가 제대로 준비돼야 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1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1층 루비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변호사들의 ‘연극 공연’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법률회사(로펌)들의 국제적인 모임 렉스 먼디(Lex Mundi)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실제로 기업업무를 해오고 있는 변호사들이 배우로 참석해 현지 사정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렉스 먼디는 로펌 모임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맥도널드 진출 모델’을 통한 아시아 각국의 투자 환경=이날 ‘역할연극’의 기본 설정은 맥도널드 마케팅담당 부사장과 법률고문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방문하면서 현지 투자환경과 관행을 점검하는 것.

현지 변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홍콩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우호적인 국가였다. 홍콩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홍콩만큼 기업 관련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법무법인 충정에서 기업업무를 하고 있는 조수아 마골리스 변호사는 “한국에서 이틀 안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나라보다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고 답변했다. 마골리스 변호사가 제시한 한국의 회사설립 기간은 10일 정도.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일본은 7∼10일, 중국은 적어도 2주는 걸릴 것이라는 것이 현지 변호사들의 답변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에게 선물하면 큰일난다=정부의 관여 정도와 선물 관행도 투자자들의 중요한 관심사. 싱가포르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강력한 반부패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공무원에게 선물을 하다가 적발되면 큰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홍콩 변호사는 “회사를 설립하는 데 정부 관료를 반드시 만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변호사는 “아직도 중국은 정부의 규제가 심한 만큼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정부와 상대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외부 사람과 점심을 함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공공부문은 관련 규정이 엄격하다”며 “그러나 민간부문은 받는 사람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작은 선물은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사업에서 술의 역할은 대체로 비슷했다. 한국과 중국은 ‘알코올이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일본 변호사는 “협상이 끝난 뒤 기회가 닿아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함께 부르면 친해진다”고 전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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