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5대그룹으로 확산되나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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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비자금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수사 범위를 SK를 포함한 이른바 5대 재벌그룹의 대선자금으로까지 확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SK비자금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별도로 여야 정치권이 대선자금을 놓고 서로 물로 물리는 폭로전을 전개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SK 이외의 다른 재벌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결과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SK 이외의 다른 재벌그룹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할지에 대해 방침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일단 수사 확대와는 선을 긋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0일 국민수(鞠敏秀) 대검 공보관을 통해 전한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수사할 수는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검찰이 수사 확대 여부를 놓고 이처럼 고심하고 있는 것은 확대 쪽으로 수사 방향이 선회할 경우 경제와 정국에 엄청난 파장이 밀려올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검찰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

따라서 검찰이 수사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SK비자금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섣불리 수사 확대 방침을 정했다가 이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공방에 검찰이 휘말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과 관련해 무제한적인 특검제를 제안한 상황이어서 무조건 수사 범위를 넓히지 않겠다고도 못하는 상황도 수뇌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유력한 경우의 수로 남아 있다. '확대 수사를 하기 위한 충분한 단서도 아직 확보되지 못했다'는 검찰의 설명을 뒤집어보면 '충분한 단서만 확보되면 언제든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12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SK 임직원 33명 명의로 10억원을 불법 지원받은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삼성으로부터도 3억원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은 수사 단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한나라당 의원이 SK그룹의 100억원 수수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도 지원했으니 SK도 도와 달라"고 김창근(金昌根)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말한 대목에서 '다른 기업'도 수사 확대의 실마리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고질적인 정경유착 관행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절정에 달한 점을 검찰 수뇌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검찰이 단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사 확대 여부를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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