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일째 파업 네슬레 노조 "내달 본사 원정투쟁"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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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일째 파업 중인 한국네슬레 노조가 11월 중순 스위스에 있는 네슬레 본사로 가 원정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국네슬레 노조 관계자는 “16일 회사 경영진과 16차 노사협상을 벌였지만 무노동 무임금과 인력재배치 때 노조와의 합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11월 중순 스위스로 가 유럽의 노동자연맹 및 국제식품노련 등과 협력해 네슬레 본사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서 17일 7명의 특별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회사가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업무직 직원을 청주공장에 배치하고 영업직원 44명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며 외주를 늘리는 등 단체협약을 어긴 5개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회사는 노조를 와해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네슬레 이완영 상무는 “인력재배치에 대해 노조와 합의하라고 하는 것은 인사권 등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한때 전 세계 9개 생산기지 가운데 생산성 1위였던 청주공장은 4위로 떨어졌고 계속 하락하는 추세”라며 “청주공장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본사에 확신시키지 못하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은 각국에 있는 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 통폐합하거나 이전하는 일을 통상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네슬레 노조는 회사가 외주를 확대하거나 노조원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을 할 때는 노조와 합의(현재는 협의) 할 것을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7월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회사는 8월 25일 직장을 폐쇄했다.

외국인투자기업 노조가 본사로 원정투쟁에 나서는 것은 일본계 한국씨티즌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한국씨티즌 노조는 회사가 1월 22일 폐업하자 6월 일본 씨티즌 본사로 원정투쟁에 나섰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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