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와 악재는 별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잇따라 터지는 SK㈜의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최근 1년3개월여만에 2만원대를 넘어섰다.

SK는 최근 울산공장의 화재 사건, 100억원대 비자금 사건, 잇단 검찰수사로 인한 경영진의 공백 우려감,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노사갈등 등으로 연타(連打)를 당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움직이자 증시에서는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신없이 터진 악재=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100억원대 비자금 사건의 영향은 일단 가라앉은 상태다. SK그룹의 이미지와 도덕성을 크게 훼손시키기는 했지만 영업활동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

울산 중질유 분해공장 화재 사건의 피해액은 회사측에 따르면 2억3000만원대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화재 규모와 공장의 성격 등으로 따져볼 때 생산차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남은 문제는 SK네트웍스에 대한 지원에 반발하는 노조와의 마찰. 노조는 SK네트웍스의 8500억원대 출자전환을 반대하며 23~24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25일로 알려진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인들은 최근 15거래일 중 13일간 SK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울산공장의 화재 사건 소식이 전해진 21일에도 72만8000여주를 사들여 주가를 2만200원으로 끌어올렸다. 22일 SK주가는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이어졌다.

▽그래도 인기 이어지는 까닭=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각종 정치적 사건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기업 가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올해 크게 좋아진 영업환경과 실적에 투자자들이 점수를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석유 정제마진이 높아진 점,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정부의 관세인하 조치, 경쟁업체들의 과당경쟁 둔화 등이 영업환경을 호전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UBS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의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주가도 저평가돼 아직 50%의 상승 여력이 있다"며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우리증권 김영진 애널리스트는 "SK네트웍스 해결을 위해 쌓는 8600억원대 대손충당금만 없다면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이지만 SK네트웍스 부채 문제가 일단락되면 내년부터 실적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굿모닝신한증권 황형석 연구원은 "SK가 경쟁업체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 외에 주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며 "대손충당금 때문에 올해 영업이익은 적자일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는 석유화학의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