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철 의원-정대철 前대표 대정부질문 SK비자금 논란

  • 입력 2003년 10월 22일 0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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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이 21일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대표의 SK비자금 200억원 수수 의혹을 제기해 정 전 대표가 “명예훼손”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이날 심 의원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신당에 가 있는 정 전 대표가 가깝게 지내는 우리 당의 의원에게 지난 대선 당시 고백한 내용”이라며 “정 의원은 당시 ‘우리도 (SK로부터) 200억원을 받았으니 한나라당도 할 수 있으면 좀 얻어 써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100억원을 받고 여당이 25억원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질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SK사건이 터진 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우리 당 의원으로부터 사석에서 들은 얘기다. 본회의에서 질문할까 고민하다 (검찰이) 민주당을 25억원으로 묶으려는 심산인 것으로 보여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동료 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나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 사람이 바로 (정 전 대표의 고교 선배인) 최돈웅 의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본회의장 신상발언을 통해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한나라당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민주당과 신당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이 모금한 액수가 145억원밖에 안되는데 한 회사에서 200억원을 얻어 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요새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발언하는데 동료 의원을 지목해 검찰에 잡아가라고 하는 것은 시정잡배도 안 하는 짓이다”며 “평소 아끼는 (서울대) 법과대 15년 후배인 심 의원이 실수를 자인,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히 싸우고 당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본회의 종료 후 기자와 만나 “오늘(21일) 최 의원이 SK에서 100억원 받은 것을 시인하니까 한나라당이 당황해서 ‘물 타기’를 하려고 억지로 덮어씌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농담으로라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나’는 질문에도 “농담할 게 따로 있지. 기업에서 돈 주겠다 하면 나는 ‘알았다’고만 하고 이상수(李相洙) 전 사무총장에게 받게 했다. SK에서 받은 돈이 25억원이란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핵심당직자는 “심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비자금 수수 의혹을 터뜨리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즉흥적 발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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