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소액주주 “어느편에 설까”…외자유치 찬반 엇갈려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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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과 LG의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장 확보전이 치열하다.

소액주주들의 표심(票心)은 21일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11억달러 외자유치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장이 정반대인 두 회사는 인터넷과 전화, 직접방문 등을 통해 주주들의 위임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소액주주들도 느긋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 게 유리한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로통신 게시판에는 매일 100건 이상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투자자 의견=외자유치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은 한국의 통신사업을 외국 자본에 쉽게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 A씨는 게시판에서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국민기업인 하나로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과 국내 기업간 다툼 속에서 외국 기업에 꿀꺽 먹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자 생존이 어려운 하나로통신이 외자를 유치한다고 해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투자자 B씨는 “외자유치가 부결될 경우 LG와 반대편에 있는 SK텔레콤 등이 하나로통신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것이다. 이러면 매입경쟁이 벌어져 주가가 더 오르지 않겠느냐”며 ‘투자자’의 속내를 드러냈다.

외자유치안을 찬성하는 소액주주(하나로통신에 위임장을 전달하자는 투자자들)는 초기 하나로통신 인수를 시도하던 LG가 인수가격을 낮추려다가 일이 꼬이면서 정상화가 지연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외자유치 부결 이후 하나로통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도 높다.

LG에 반대하는 한 소액주주는 “LG가 데이콤을 인수한 뒤 경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통신사업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통신분야 애널리스트들은 하나로통신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11억달러의 외자유치안이 통과되면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고 현금 흐름이 개선돼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외자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전상용 애널리스트는 “외자유치에 성공하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대 차입금 문제가 해소되고 SK텔레콤과의 상승작용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에 반해 동부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사업자가 많아지면 과열 경쟁으로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SKT와 KT, LG텔레콤의 3자 구도로 재편되는 쪽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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