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대그룹 ‘편식투자’…5월이후 10조원 순매수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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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한국주식 매집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 기관과 개인 등 국내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내다 팔고 있어 누가 ‘시장의 주인’인지 모호할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8%에 육박하고 있다. 10대 그룹 상장법인에 대한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도 44%에 이른다. 핵심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주식 사들이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외국인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매집 열기=7일 현재 외국인투자자의 주식보유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39.16%로 사상최고치다. 전체 시가총액 306조9083억원 중 외국인들이 120조1945억원어치의 주식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40%선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외국인들은 5월 28일 이후 10조26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달 들어 △2일 2620억원 △6일 4043억원 △7일 2553억원 △8일 2614억원 등 순매수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대만의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이달부터 폐지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빗나갔다.

▽삼성그룹 외국인 비중 50% 넘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갖고 있는 10대 그룹(상장사 기준·공기업 제외) 주식의 시가총액은 7일 현재 69조7637억원으로 10대 그룹 전체 시가총액의 44.3%에 이른다.

5월 말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에 투입한 10조266억원 중 6조3771억원(63.6%)이 10대 그룹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외국인들의 자금은 특히 삼성그룹(3조7257억원)과 LG그룹(1조5014억원), 현대차그룹(5724억원) 주식 매집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에 대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53.3%로 절반을 웃돌았다.

▽중소형주에도 입질하는 외국인=외국인들은 주로 업종 대표주를 매수하고 있지만 최근엔 실적이 탄탄한 중저가 소형주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매 성향을 두 부류로 나눠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9월 9일 이후 신무림제지를 17일 연속 사들였다. 한국철강의 경우 7월 10일 이후 2차례 순매도 등을 제외하고는 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지분은 이 기간 2.25%에서 9.74%로 높아졌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9월 중순 1%대였던 외국인 지분이 최근 6%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화석유화학 주식은 6, 7일 이틀 동안 1000만주의 주식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이런 종목들의 공통점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이른바 ‘턴 어라운드’주라는 것. 대부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도 크게 올랐다.

동원증권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경기 민감주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다소 방어적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외국인 매수세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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