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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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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PC공장 중국 이전은 당연한 결정이다. 상당수 한국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빨리 이전해야 한다.”(김헌수 메릴린치증권 아시아지역 조사본부장)
전문가들의 한국 경제 진단은 잿빛 일색이었다.
19∼21일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연례총회의 연사로 초청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정체되고 중국 변수를 뛰어넘지 못하면 선진국 도약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최정규 파트너는 “구조조정이 탄력을 잃으면서 경기침체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중국 변수의 출현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균 임금이 한국의 12분의 1에 불과한 노동력이 매년 새로 2000만명씩 공급되고, 외국인의 직접 투자액이 한국의 12배에 이르는 중국의 도전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
김헌수 본부장은 “대립적 노사관계, 공기업 민영화 부진, 중견 및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지 말고 생산거점을 해외로 재배치하고 스스로 사업모델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평균 3.1년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225개 글로벌 브랜드 중 한국의 브랜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는 것.
국가 경쟁력 향상과 관련해 모건 스탠리의 앤디 시에 아시아 태평양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육성을 주문했지만 최정규 파트너는 “대외 의존형 한국경제의 특성상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전문경영인과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CEO포럼’의 이날 행사에는 김종창 기업은행장,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46.6%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34.5%)는 응답보다 많았다. ‘외환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대답도 15.5%에 달했다. 반면 ‘경기 회복의 초기국면’이라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올해 거시경제부문에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투자 부진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52.2%)였으며 설비 투자와 외자 유치 확대를 위해선 ‘노사관계 안정화’(52.3%)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CEO들은 바람직한 경기대책으로 ‘정책 일관성을 통한 경제 불안 심리 극복’(46.4%), ‘종합적이고 강력한 경기부양정책’(20.0%), ‘조세 감면’(15.5%)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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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이병기기자 eye@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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