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기업 왜 한국을 버리나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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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자동차부품생산회사인 TI오토모티브가 한국에 아태지역 연구개발센터를 지으려고 부지까지 마련했다가 계획자체를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투적 노조활동과 외국인이 살기 불편한 환경’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네슬레,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한국 공장 철수나 투자계획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4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해 눈부신 경제성장과 경제구조 선진화를 이룩하며 일자리도 늘려가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활발한 외자 유치 없이는 동북아경제중심 만들기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취직을 못해 이민행렬에 합류하는 청년실업자들을 생각하더라도 외국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현실이다.

정부는 이달 초 각종 투자 인센티브와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책 등을 담은 외자 유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왜 외국인 신규투자가 줄고 이미 진출한 기업들까지 발길을 돌리려 하는가. TI오토모티브의 연구개발센터 건립 재검토 이유에 그 답이 들어있다. 다른 외국 기업인들의 이야기도 한결같다.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노사평화를 누릴 수 있는 제3국 투자처가 수두룩한데 이미 임금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한국에 매력을 느끼겠는가.

다행히 우리나라의 외자 유치 잠재력은 높은 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조사 결과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성과는 140개국 가운데 92위에 불과했지만 잠재력은 18위를 차지했다.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외국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외국기업을 잡으려면 강성 노조의 변신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정책에 친기업적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하고 외국인에 대한 국민 정서도 더 따뜻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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