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이 살피면 아파트값 보인다…외환위기 이후 역상관관계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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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금리가 떨어지면 아파트 값은 오르기 마련’이라고 한다.

주택 수요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렇다.

부동산 투자에는 적어도 수천만원이 든다→빚을 내지 않고 부동산 투자를 하기는 힘들다→금리 하락은 곧 비용 저하를 뜻한다→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빚을 내서 이번 기회에 내 집 장만을 해보자’고 마음먹는 투자자가 늘어난다→자연히 아파트 값이 오른다. 하지만 금리와 아파트 값 사이의 실제 움직임은 이런 관측과 다르게 나타났다.

저금리가 기조로 굳어진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 같은 금리와 아파트 값의 역 상관관계가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리와 아파트가격이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오히려 더 자주 관찰됐다.

건설산업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는 실제 금리와 적정금리 사이의 금리 차가 오히려 아파트 값의 변동을 더 잘 설명한다”고 주장했다.<그림 참조>

여기서 적정금리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로 정의된다.

금리 차와 아파트 값 사이의 역 상관관계는 어떻게 설명될까?

김 소장에 따르면 적정금리란 가계가 은행예금을 하거나 기업이 설비투자를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인 수익률을 뜻한다. 실제 금리가 적정금리를 훨씬 밑돈다면 예금이나 투자자금이 부동산 등 대체 자산으로 옮아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아파트 값은 금리 이외에 전반적인 경기 등 거시 변수와 주택 과부족(가구 증가분-입주량) 등 주택시장의 수급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금리 차와 아파트 값의 역 상관관계가 뚜렷한 만큼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적정금리가 상승해 실제금리에 가까워지면 아파트 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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