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銀 "SKG채권 전액 안돌려주면 건설수주 차질" 압력

  • 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06분


코멘트
SK글로벌의 해외 채권단 가운데 아랍계 은행들이 “채권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한국 정부당국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ABC(Arab Banking Corporation) 등 아랍계 채권은행들은 최근 국내외 채권단이 합의한 채무 재조정안(案)을 거부하고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에 채무 전액 회수 압력을 넣고 있다.

아랍계 채권은행들은 ITF(Islamic Trade Facility)라는 투자펀드를 통해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SK글로벌에 9900만달러를 빌려줬으며 이는 SK글로벌의 전체 해외 채권액(8300억) 가운데 17%를 차지한다.

아랍계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SK글로벌 채권과 관련해 최근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관계 부처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

이들은 “SK글로벌에 내준 돈은 대출금이 아니라 석유와 원유 공급과 관련한 상거래 채권이므로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신인도가 낮아질 것이며 중동 국가에서 한국의 건설업체가 공사를 할 때 보증발급 등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계 은행의 대주주들은 대부분 각국의 왕족으로 정부 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계는 한국의 높은 중동지역 원유의존도 등을 이용해 아랍계 은행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 채권단 관계자는 “이들이 빌려준 돈은 대출금이 분명한데도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상업적 판단이 존중돼야 할 채권손실 분담 문제를 놓고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은 1970년대식 발상이며 협상 과정에서 어떤 ‘협박’에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SK글로벌 해외 채권단 운영위원회 대표인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채권의 43%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포기하는 내용의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동의서 잠정 집계분을 국내 채권단에 통보해 왔다. 그러나 해외 채권단의 동의율은 아랍계 은행의 반대로 80%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채권단은 28일경 전체 채권단 협의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취소와 함께 채무재조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