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세트 미리 뜯어보니] 거품은 빼고 실속 담았다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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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수수하게, 가격은 저렴하게.’

올해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추석 선물세트의 특징이다.

추석은 유통업계에서 1년 중 최대 대목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유통업체들은 매출액 성장은커녕 지난해만큼만 팔리기를 바라는 형편이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선물세트는 중저가 제품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선물세트 가격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20∼30% 싸졌다.》

롯데백화점은 30만원 미만의 중저가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렸다. 명품 선물세트도 지난해에는 1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었지만 올해는 최고가가 300만원대다.

신세계백화점도 주력상품을 20만∼30만원대로 정하고, 5만원 미만의 실속 상품을 지난해보다 5%가량 늘렸다. 2단으로 만들던 과일세트를 올해는 1단으로 줄여 가격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것도 특징.

포장은 소량 형태가 늘어나고 포장 용기도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현대백화점은 200g 단위로 진공 팩에 포장한 ‘소포장 정육 기프트 세트’와 멸치를 130∼180g으로 나눠 담은 ‘현대특선 멸치선물세트’ 등을 준비했다. 일반 음식점에서 쇠고기 1인분이 200g임을 감안하면 소포장 정육 세트는 한 끼 식사용 선물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건강천하 꿀차세트’는 목판화가 이철수씨의 작품이 그려진 생활자기를 활용했고, 한과 선물세트는 왕골 바구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가능토록 했다.

생활용품업계와 화장품업계는 3만원 미만의 생활용품세트를 대거 내놓았다. 특히 올해는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용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1만∼5만원대 중가 선물세트 판매에 주력하기로 하고 케라시스 샴푸, 비타덴트 치약 등 인기 제품이 포함된 30여종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또 할인점 등 대형매장에서 판매되는 물량이 늘 것으로 보고 할인점 전용 생활용품세트를 따로 만들었다.

태평양도 나노테라피 샴푸와 린스, 메디안 전동칫솔 등을 선물세트 품목에 추가해 1만∼2만원대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임대환 신세계백화점 식품팀 부장은 “올해는 선물세트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안 좋다”며 “할인점과 겹치는 상품은 최대한 줄이고, 전체적인 가격도 지난해보다 낮춘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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