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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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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대북 송금 의혹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과는 별개로 현대 비자금 150억원 의혹사건과 관련해 최근 3차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았으며 조만간 4번째 검찰 소환 수사를 앞두고 있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심혈을 기울인 대북사업이 불법 송금 사건으로 번지면서 함께 일하던 관련자들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자 매우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 회장이 △현대아산의 유동성 위기 △현대상선 부실화 △현대건설·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 상실 등에 대해서도 큰 죄책감을 느껴 왔다고 말했다.
▽발생=4일 오전 5시52분 현대 계동사옥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용역사 직원 윤모씨(63)와 주차관리직원 경모씨(51)가 건물 동쪽 화단에 정 회장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 회장의 시신은 하늘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다리가 1m 높이의 소나무에 걸린 채 발견됐으며 상반신에는 소나무 잎과 잔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사인과 행적=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오후 11시52분 혼자 사옥에 도착해 바로 회장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사옥 12층 정 회장 집무실의 창문이 열려 있고 집무실 테이블에서 시계 안경 등 유품과 친필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정 회장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시신의 경직 상태로 보아 발견된 시간보다 2∼3시간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부인과 세 자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앞으로 유서를 남겼으며 수신인을 밝히지 않고 ‘죄송합니다’라고 쓴 유서도 남겼다. 그러나 유서에는 목숨을 끊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수사=이날 오후 4시40분부터 정 회장의 시신을 1차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정 회장이 추락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 결과를 밝혔다.
국과수 이원태(李垣兌) 법의학부장은 “부검 결과 목뼈의 탈구, 심장 간 등 주요 장기의 치명적인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는 매우 큰 외부 압력 때문에 생긴 손상으로 추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현재까지 추락 이외의 다른 외부 원인이 개입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자살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타살의 증거도 전혀 없다”며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큰 충격을 받고 목숨을 끊을 수도 있어 친구, 운전사 등을 대상으로 전날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3일 오후 3시40분경부터 오후 11시반까지 정 회장과 함께 있었던 고교 동기 박모씨(53·사업·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를 상대로 자살동기 등을 이야기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한편 현대측은 이날 오전 “정 회장이 최근 대북 송금 문제 등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해 왔다”며 “남북경협사업의 큰 뜻과 유지를 성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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