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허승호/'기업 지배구조' 시리즈에 대해

  • 입력 2003년 7월 13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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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연초부터 해오던 신뢰경영 시리즈에 이어 지난주부터 월요일에 기업지배구조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0회쯤 할 예정이다. 이수 농심 녹십자 풀무원 등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지주회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소개한 기사가 지난주 처음으로 나갔고, 한때 기업지배구조의 모범모델로 통했지만 최근 매운 시련을 겪은 포스코의 사례가 14일자(B8면 참조)에 게재됐다.

김정태(金正泰) 행장이 직접 나서서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 온 국민은행, 좋은 지배구조기업상을 세 번이나 받은 삼성전기도 차례로 조명될 것이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역시 주주와 이사회의 올바른 관계설정이다. 주주행동주의의 역할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의 기관투자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감사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배구조란 ‘지분만큼 지배하고, 권한만큼 책임지는’ 주식회사의 본질을 구현하려는 노력이며, 궁극적으로 기업 내 권력구조에 관한 고민이다.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없는 권력은 어디서든 썩기 쉽다. ‘경영권의 일탈’이란 경영을 위임받은 대리인이 기업의 주인(주주)을 배신하는 행위를 뜻한다. 총수독단, 분식회계, 경영불투명, 선단(船團)경영 등도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대주주로서 경영권까지 행사하고 있다면 그가 회사의 진짜 주인 아닌가?’

이에 대해 법무법인 김신&유의 김권회 변호사는 “상식으로는 그렇지만 상법에 따르면 아니다”고 답한다. 법의 논리는 이렇다. 대주주라 할지라도 대표이사의 자격으로 일할 때 그는 회사에 고용된 대리인일 뿐이다. 그가 주인 노릇하는 것은 1년에 딱 한 번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때다. 대표이사 자리를 이용해 회사 이익을 가로채면 철창행이다. 대리인의 임무를 배신했다는 배임(背任)혐의다.

얼마 전 2세 경영인들이 여럿 있는 어떤 모임에서 이 주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내 재산은 100억원 미만인데 은행에 선 보증은 300억원이다.” “회사가 망하면 전문경영인은 다른 회사로 가지만 나는 감옥에 간다.” “이 때문에 부실기업의 문을 닫을 수 없다. 나도 우량기업만 경영하고 싶다.” “믿고 맡길 만한 전문경영인 풀(pool)이 없다.”

SK그룹 사건이 터진 직후여서인지 진솔한 토로가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2세 경영인들도 이 문제의 매듭 없이는 기업의 발전이 쉽지 않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업지배구조 분야에 대한 권위 있는 학자인 정광선(鄭光善) 중앙대 교수는 말한다.

“선진국들이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착하게 살자’는 뜻만은 아니다.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다. 특히 올바른 지배구조는 자본시장의 투자결정에서도 결정적 변수다.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동아일보 경제부도 이런 취지로 신뢰경영, 기업윤리, 올바른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려는 것이다.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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