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다시 안개속으로"…崔회장 1심 실형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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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원이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에 따라 SK그룹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또 법원이 대기업 총수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데 대해 다른 대기업 그룹들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SK그룹의 미래, 안개 속으로=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SK글로벌 정상화 작업을 지휘해주길 기대했던 SK그룹과 채권단은 이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최 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 계열사의 사업구조 변경 등으로 SK글로벌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날 판결은 15일에 열릴 SK㈜ 이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실형을 내림에 따라 SK㈜의 5명의 사외이사들은 SK글로벌 사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

이미 SK㈜의 주주인 해외투자가 헤르메스자산운용은 최 회장 등 사내이사 3명에 대해 이사 의결권 행사정지 가처분신청을 해 놓았으며 SK㈜의 1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SK㈜노조 등도 이사회가 지원안을 승인하면 배임죄로 고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만약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SK글로벌 지원안을 부결한다면 채권단과 SK그룹의 합의가 깨지면서 SK글로벌은 청산되고 최 회장의 경영권 상실과 SK그룹 해체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과 황두열 SK㈜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손 회장은 “SK글로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자신이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사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충격에 휩싸인 재계=이날 판결로 재계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한 주요그룹의 부사장은 “분식회계가 최 회장의 잘못이라기보다 개발 연대에 이뤄진 선대(先代)의 잘못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정상이 참작될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최 회장이 경영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장 기업인 워커힐호텔 주식의 적정거래가격에 대한 평가를 거치지 않고 SK C&C가 소유한 SK㈜ 주식과 맞교환한 것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한 점은 다른 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 비상장 주식을 활용한 상속, 증여는 재벌그룹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널리 동원한 방법이다.

또 ‘계열사나 총수를 위해 개별기업에 불이익이 되는 경영결정을 내린 것’이 배임이라는 법원의 판결 때문에 다른 그룹들도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관행을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됐다.

한편 이날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손 회장은 당분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부회장은 “아직 1심에 불과하기 때문에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 전경련 회장단 대다수의 의견”이라면서 “뚜렷한 대안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회장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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