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침체 위험수위…물건 안팔리고 재고 늘고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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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도·소매 판매는 작년 4월에 비해 4.3% 줄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6.6%로 3월보다 0.3%포인트 낮아지는 등 소비와 생산에서 불황조짐이 뚜렷이 나타났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힐튼호텔에서 마련한 조찬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집단이기주의와 개혁의지 퇴색 등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지면서 저(低)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高)실업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은 이날 긴급 모임을 갖고 “외환위기 이후 또다시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소비 진작과 투자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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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1998년 11월 이후 5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도·소매 판매는 2월과 3월에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1.8%, 3.0% 감소했다. 도·소매 판매가 3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여 4월 재고 증가율은 작년 같은 달 대비 11.5%에 이르렀다. 이는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소비가 위축되고 재고가 늘어나자 가동률은 떨어지고 생산과 출하도 주춤해졌다.

산업생산지수와 생산자제품 출하지수는 각각 1.8%, 1.2% 높아졌으나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6.6%로 3월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1, 2월 마이너스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3월 0.1%로 미미한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한 달 만에 ―4.2%로 다시 주저앉았다.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3월보다 0.5% 떨어졌다. 또 미래의 경기흐름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수는 0.6% 떨어져 경기침체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경제연구소들은 5월에 조업일수가 줄어들고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1·4분기(1∼3월) 3.7%였던 경제성장률이 2·4분기(4∼6월)에는 1%대 또는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박 총재는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최근의 경제난국 원인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 이후 개혁의지가 퇴색되고 노사관계의 위기가 심화되는 등 집단이기주의에 빠지고 있다”며 “국가정책으로 추진한 사업이 발목이 잡히는 등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갖춰진 경제 ‘펀더멘털’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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