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사내추천제' 확산

  • 입력 2003년 5월 20일 12시 06분


"홍○○씨는 ○○업체에서 4년째 e메일 보안시스템 개발의 핵심역할을 맡아 왔음. 추천자와 관계는 A대학 전자공학과 동기. 성실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문제없음. 추천수준은 상중하 가운데 중급."

인터넷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최근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사내 전산망을 통해 한 직원으로부터 받은 '사내 추천서'의 내용. 이 업체는 2001년부터 사내추천제를 도입, 그 해에 직원의 28%인 23명, 2002년에는 44%인 34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도 20~30%를 이 방식으로 채용할 예정. 채용이 확정되면 추천한 직원에게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맞춤형' 인력 추천

2~3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과 정보통신(IT) 및 외국계 기업 등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사내추천제가 인력채용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철수 연구소의 성백민(成百敏) 인사팀장은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채용방식이 바뀌면서 사내 추천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업무에 꼭 맞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데다 비용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것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2000년말 이 제도를 도입한 LG화학은 경력 5년 이상의 R&D 전문인력을 사내 추천제로 확충하고 있다. 채용이 확정되면 추천자에게 채용된 사람의 연봉 1.5%를 주고 입사 1년이 지날 때까지 다니고 있으면 또다시 1.5%를 추천자에게 포상으로 지급한다.

이 회사의 노인호(盧仁浩) 인사팀장은 "추천한 직원이 신규 채용자의 멘토(Mentor·조언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응시간이 짧아지고 입사자의 이직률도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연구개발(R&D)와 해외영업 분야 석사급 이상 핵심인력 채용에 사내 추천방식을 도입, 올해 채용인원 1800여명 가운데 150여명을 이 방식으로 선발한다. 2000년부터 이 방식으로 연간 10여명을 채용한 CJ도 올 하반기 시스템을 개선, 채용인원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이밖에 SK텔레콤, SK C&C, 한솔제지, 팬택& 큐리텔, 한국 HP, 야후코리아, 듀폰코리아, 대웅제약 등도 사내 추천제를 도입했다.

▲'연줄'없는 사람에겐 더욱 불리?

사내 추천제는 서구기업에서 연봉계약제와 맞물려 '리퍼럴(Referral·소개)'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기업이 소수의 인력을 알음알음으로 채용해온 만큼 완전히 새로운 채용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실력과 무관하게 '낙하산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의 사내 추천제는 핵심인재의 확보를 위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추천자에게 인센티브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이 차이점.

학맥, 인맥, 지연 등 온갖 연줄이 힘을 발휘하는 한국사회의 특성 때문에 다른 직원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CJ의 최양기(崔暘基) 인사담당 상무는 "사내 추천으로 사람을 뽑을 때에는 오히려 전형과정을 더 엄격히 함으로써 추천 부서나 팀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추천제가 확산되면서 직장 경력이 없고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한 대졸 취업자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의 이광석(李光錫) 사장은 "이제 취업자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려면 '레벨'이 다소 낮은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에서 경력을 쌓아 '목표기업'에 이동하려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