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해법이 안보인다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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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 여부를 놓고 SK㈜와 채권단이 맞서고 있다.

SK㈜는 13일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원칙을 되풀이했다. 이는 전날 SK글로벌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SK㈜ 대주주 소버린자산운용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은 SK㈜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기존여신 회수와 SK주유소의 경쟁사 매각 등 다양한 압박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글로벌의 자본잠식규모(총부채―총자산)가 연결재무제표에 나타난 3조4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5조∼5조5000억원으로 추정돼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채권단, SK㈜ 강하게 압박=SK㈜가 SK글로벌로부터 받을 외상매출채권 2조4000억원 가운데 SK글로벌 본사 몫인 1조3000억원 전액을 출자전환하라는 것이 채권단의 주문이다. SK글로벌은 본사가 갚아야 할 매출채권이 9000억원이라고 주장하며 출자전환 금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소버린자산운용은 SK글로벌의 출자전환 주식이 가치가 없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확실한 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채권단은 13일 SK㈜의 기존여신 회수라는 강수(强手)를 들고 나왔다.

SK㈜는 원유를 수입할 때 은행의 수입금융을 이용하고 있는데 규모가 9조7000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채권단이 이를 줄이면 원유수입이 어려워져 경영상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다른 압박수단은 SK주유소를 LG 현대 에쓰오일 등 경쟁사에 파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SK㈜가 여신회수와 주유소 매각을 견뎌내면서까지 SK글로벌 지원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SK㈜의 현금유동성(현금+SK텔레콤 등 상장주식+은행권 한도성여신)이 3월 초 7조3000억원에서 5월 초 4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현금은 2조6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기업어음(CP) 1조원이 만기연장되지 않아 갚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SK㈜는 현금 확보를 위해 2∼3월 CP 2조원을 추가 발행했다.

JP모건은 또 SK㈜가 과거에는 신용으로 원유를 수입했는데 SK글로벌 사태 이후에는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의 한도성여신(2조원)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JP모건은 SK㈜가 유동성위기에 몰리면 한국 정부가 최후의 방패막이로 나설 것으로 예상돼 부도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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