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에 건교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새 정부의 성패(成敗)가 집값과 땅값 안정에 달려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말 이후 침체기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에 또 한 차례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진압에 나선 이유=전반적인 전국 집값은 현재 안정된 상태다. 작년 말 대비 평균 가격상승률은 3월 말 현재 2%를 밑돈다.
그런데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8일 현재 재건축 추진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가가 2013만원으로 일주일 만에 1.8% 올랐다. 같은 기간에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매가는 0.5%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 광명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안전진단을 통과한 철산 주공 2단지가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1000만∼2000만원씩 뛰어 15평형 가격이 2억6000만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근의 3단지와 7∼12단지 저층 주공아파트로 확산되는 추세다.
충남 천안시와 대전은 이미 과열 기미가 뚜렷하다. 천안은 1∼3월에 13%, 대전은 같은 기간에 9% 이상 각각 올랐다.
건교부 당국자는 “3월 말 가격 조사 결과 투기지역 요건을 갖춘 곳은 강남구와 광명시 이외에 인천 중구, 대전, 천안시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한 뒤 “대전과 천안은 이미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키로 했고, 서울 강남구와 광명시는 ‘투기지역’으로 묶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천 중구는 시장이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어 투기지역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긴장하는 부동산시장=건교부의 발표가 나오자 해당지역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혔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태영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현지 동향 점검을 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거래가 끊긴다”며 “만약 투기지구로 지정되면 작년 말과 같은 침체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에 주로 투자하는 김모씨(43)는 “세금부과기준을 높이면 단기 투자세력이 일단 자취를 감춘다”며 “특히 요즘처럼 실거래 없이 호가만 부풀려진 상황에서는 정부 대책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기 투자자 대부분이 아파트 보유기간을 1년 이내로 잡고 있는데 투기지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의 51%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취득세와 등록세 5.8%를 감안하면 실제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부 대책이 일시적인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집값 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 인상분은 시간이 지나면 매매가에 그대로 반영된다”며 “강남을 노리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거래비용만 늘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 및 지정 현황 (자료:건설교통부) | |||
구분 | 지정 요건 | 지정에 따른 규제 | 지정 현황 |
투기지역 | ·전달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높으면 서 △최근 2개월 평균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보 다 30% 이상 높거나 △최근 1년간 가격 상승률이 최근 3 년간 전국 평균 상승률 이상인 곳 | ·양도세 부과기준이 기준시세나 개별공시지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뀜 ·필요시 최고 15%의 탄력세율 부과 ·양도세율이 9“36%에서 24“51%로 높아짐 | ·대전 서구, 유성구 ·충남 천안시 |
투기과열지구 | ·최근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곳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의 청약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 곳 ·주택공급이 급감하거나 분양계획이 전달보다 30% 이상 줄어든 곳 ·기타 투기 우려가 높은 곳 | ·분양권 전매 제한-분양계약 후 1년 이내, 중도금 2 회 납부 이전에 전매 금지 ·청약1순위 조건 강화-최근 5년간 당첨자, 2주택 보유자는 1순위 대상에서 제외 ·무주택우선순위,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공개 청약 의무화 | ·서울 ·인천 삼산1지구, 송도신도시 ·경기 고양시, 남양주시, 화성시 일부, 용인시 동백 지구 ·대전 노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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