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렀냐?” “그냥.” “그냥?”
그리고 그들은 서로 정겹게 웃는다.
이어 나란히 놓여진 ‘OB’ 두 캔과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다’라는 카피가 화면을 메운다.
▽“선두탈환”=광고대행사 웰콤이 제작한 OB맥주의 ‘옥상편’ 광고. OB맥주는 이 광고 외에 ‘소파편’,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각각 등장해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는 ‘목넘김편’ 두 편 등 모두 4편의 광고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광고물량이 워낙 많아 보지 않으려야 안 볼 수 없을 정도. OB맥주는 새 제품‘OB’의 홍보를 위해 8월까지 광고비로만 500억원을 쓰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유 있는 광고공세=3월15∼17일 OB맥주는 이례적으로 전 직원 1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수련회 일정을 3월 말로 잡은 것은 4월2일 새 제품 ‘OB’ 시판을 앞두고 전의를 다지기 위해. ‘OB’는 OB맥주에 44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1996년 하이트에 내준 뒤 갈수록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비장의 무기였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하이트 57.6%, OB 42.4%.
암벽타기 헬기레펠 등 혹독한 유격훈련이 끝난 뒤 성기백 부회장이 말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회사를 떠나기 전에 OB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눈이 내렸다. 그러나 봄옷 차림의 직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일부 영업부서 임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2년짜리 프로젝트=‘OB’ 프로젝트는 2000년 4월 시작됐다. 소비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1000여차례의 시장조사 끝에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맥주 맛에 신물이 난다”는 대답을 얻었다. 6월 OB맥주는 부루마스터(맥주명장) 19명을 모셔다 새맛 찾기에 나섬과 동시에 웰콤의 문애랑 사장 팀과 광고기획을 시작했다.
“라거의 ‘기분난다’ 캠페인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의논한 지 3개월여 만인 9월 OB의 이미지를 친구처럼 젊게 하고 ‘라거’를 없애기로 전격 결정한다. 새 맥주에는 부드러운 맛이 나도록 쌀 첨가량을 늘려 진한 보리맥주(하이트프라임)로 승부하려는 하이트에 맞불을 놓기로 했다.
▽1929 잡아라=‘OB’ 시판과 동시에 표적으로 삼은 소비자는 19∼29세 남녀. 가장 많이 맥주를 소비하는 연령대인 데다 기존 브랜드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한편으로는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이 일상화된 이들이다.
오래된 친구를 제일로 삼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에게 진정한 친구는 일상생활 속의 바로 옆 사람. 이 점에 착안해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카피가 만들어졌으며 ‘OB’ 역시 늘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전하려 한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과 공동으로 ‘OB맥주’ 사이트에서 휴대전화에 다운로드한 쿠폰을 편의점에서 보여주면 ‘OB’ 한 캔을 무료로 주는 행사도 5월3일까지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OB’가 실패하면 OB맥주가 재기하기는 한동안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문 사장은 “이미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11, 12일 ‘1929’들이 전국 편의점에서 받아간 ‘OB’는 10만캔이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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