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째 "팔자"…증시 '출렁'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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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인이 연 이틀 1000억원 넘는 매물을 내놓아 투자심리가 나빠지고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신용카드채권 문제, 이라크전쟁 장기화에 따른 전세계 증시 동반 하락, 북한 핵문제 등의 악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셀 코리아(Sell Korea)’ 나서나?〓외국인은 지난달 28일과 31일 이틀 동안 25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이라크전을 전후로 5일 동안 1169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정반대다. 외국인은 2월(6281억원)에 이어 3월에도 7000억원어치 순매도해 두 달 동안 1조3200여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파는 종목도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이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카드채 문제가 불거져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주가하락에도 버텼던 일부 외국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식을 팔고 있어 주가하락 폭을 크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SSB증권 함춘승 전무도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하루 3000억원 안팎으로 그다지 많지 않으나 매수가 크게 줄어 순매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헤지펀드에 이어 일부 뮤추얼펀드의 환매가 늘고 있어 외국인 순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증시〓카드채와 북한 핵문제가 내우(內憂)이며 이라크전 등에 따른 전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이 외환(外患)이다.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침으로 안정세를 되찾던 카드채 문제가 5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자산담보부증권)를 발행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카드사의 유상증자와 프라이머리CBO 발행으로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신용카드 회사 대주주들의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며 “외국인과 기관들이 이들 종목을 대량으로 내다파는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는 7.49% 폭락한 28만4000원에 마감됐다. 국민은행(7.21%) 현대자동차(6.61%) LG전자(3.61%) 등도 종합주가 하락률(3.71%)보다 많이 떨어졌다.

이날 나스닥선물지수가 1.33% 떨어져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3.71%)와 대만의 자취안지수(3.48%)도 폭락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전쟁이 장기화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기업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며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이 1일부터 시작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주가 추가 하락에 대응해야〓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펀더멘털(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이 나빠지고 있어 주가의 추가 하락이 전망된다. 또 전쟁이 끝나더라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91년 걸프전이 끝난 뒤 주가가 오른 것은 종전(終戰)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7.0%에서 4.0%로 낮추고 재정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추가 인하 여력이 적고 재정도 올해 3000억달러 이상 적자가 예상돼 주가 상승을 이끌어 낼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영호 투자전략팀장도 “전쟁이 4월에 끝나면 5, 6월에 주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추세 반전이라기보다 반등 성격이 강하다”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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