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단 "최태원회장이 나서야 SK-채권단 모두 이익"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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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사태에서 ‘최태원(崔泰源·사진) SK㈜ 회장의 역할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가진 최 회장이 자구(自救)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로 보유 지분을 모두 내놓아 경영권과 소유권을 자칫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최 회장에겐 구원의 서광이 비치는 셈.

채권은행단의 한 관계자는 17일 “SK글로벌의 자구계획 이행 과정에서 계열사간 이해 조정이 필요하므로 총수인 최 회장이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도 “윈-윈 게임이 되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이 필요하다는 데 채권단과 SK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지분을 채권단이 막판에 몰리기 전까지는 팔 뜻이 없다는 뜻. 채권단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분을 팔아봐야 얼마나 건지겠느냐”면서 “채권단으로서도 채권 회수가 우선 목표인 만큼 (도움이 된다면) 대주주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이 최 회장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SK글로벌의 자구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간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

SK글로벌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보유 주유소 334개를 SK㈜에 매각해 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 등을 제시하고 있다. SK글로벌은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와도 거래 관계가 많다.

한편 SK㈜ 등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지원하겠다”면서도 주주 등을 의식해 ‘정밀실사’ ‘선별매입’ 등의 얘기를 흘리고 있다.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 정상화를 주도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이 역할을 최 회장이 맡아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2001년 현대건설 자금난 때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오너인 정몽헌(鄭夢憲) 회장의 책임론 대 ‘현실적 역할론’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으며 채권단은 결국 역할론 쪽으로 기울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하나은행 "SK글로벌 국내채무 6조 5985억원" ▼

하나은행은 SK글로벌의 국내 채권액이 11일 기준 6조598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은행에 진 빚은 5조4623억원이며 투신 등 제2금융권에 진 빚은 1조1361억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2월 말 채권액 5조8000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은 환율 상승분과 3월 채권액이 합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채권액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해당하는 56개 채권금융기관의 채권액으로 국내은행 13개, 외국은행 12개 등 은행이 총 25개이고 제2금융기관은 31개이다.

기촉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국내 금융기관의 현지법인이나 해외 채권금융기관의 채권은 각각 6000억원,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관별로 보면 산업은행이 1조5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수출입은행 6030억원 △하나은행 5591억원 △신한은행 5520억원 △국민은행 4687억원 △농협 4626억원 △조흥은행 4201억원 등의 순이었다.

채권단은 1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SK글로벌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총 채권액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6월18일까지 3개월간 채권행사가 유예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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