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1%대 하락 가능성"

  • 입력 2003년 3월 9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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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위축이 뚜렷해지면서 주요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들은 당초 5%대로 잡았던 올 경제성장률을 4%대 이하로 하향 조정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 문제가 장기화되면 올 성장률이 1.4%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 허찬국(許贊國) 선임연구위원은 "이라크 및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이 본격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만일 이라크 전쟁이 빨리 종결되더라도 북핵 문제가 지속된다면 올 경제 성장률은 3.5%에 머물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경연은 이날 '최근 경제 동향과 정책 제언'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생산 둔화, 물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 주가 하락 등 경기 위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더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를 고비로 이라크 문제는 어느 정도 시한이 정해졌으나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만일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가 둘다 미해결 상태로 지속되는 최악의 사태 때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위축되어 성장률이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1970년대 석유파동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KDI는 다음달 10일경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조동철(曺東徹) 거시경제팀장은 "지난해말 5.3% 성장률을 내놓을 때도 상황이 비관적이면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비관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지난해말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연구원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지난해말에는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가정했으나 이보다 훨씬 높아지는 등 여건이 많이 나빠졌고 새 정부 경제정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3월중 성장률 조정 때에는 전망치가 상당폭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UBS워버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등 외국 경제기구들도 최근 일제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4%대로 낮췄다.

연구기관들은 북한 핵 문제가 지속된다면 상반기 중에 금리를 인하하고 하반기에 추가 재정 집행을 하는 등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 부양 기조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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