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투명…'봄' 더 기다려야"

  • 입력 2003년 1월 19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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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이 늦춰지는 가운데 시중자금이 초단기금융상품(MMF) 등 단기 금융상품에 모여들고 있다.

불확실한 증시 주변여건이 가시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올초 강세장 출현’을 낙관했던 증권가에서는 올 1·4분기(1∼3월) 안에 ‘증시의 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늘고 있다.

▽실물 여건〓한국 증시의 불안 요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렇다 할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는 숱한 추측과 전망이 난무했을 뿐 정작 해결 시기 및 방향에 관한 시원한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선거 이후 부각된 정책 리스크를 줄이려는 새 정부 인사들의 제스처도 아직은 거액투자자들의 팔짱을 풀지 못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주에 본격화된 한국과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및 전망도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 기업의 경우 작년 4·4분기(9∼12월) 실적은 시장 기대를 빗나가지 않았지만 인텔, GM, IBM 등 거대기업들의 1·4분기 실적 전망은 낙관보다는 우려 쪽이 컸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당초 증권가의 예상치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다만 ‘올해는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가 해당 기업의 주가를 강보합세로 이끌었다.

▽수급 여건〓삼성증권에 따르면 실질 고객예탁금, 주식형 수익증권, 외국인 순매수 등으로 파악되는 전체 증시자금은 올 들어 13일까지 하루 평균 871억원이 늘어났다.

하루 평균 571억원이 증시를 등진 지난해 12월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것. 하지만 길게 보면 지난해 11, 12월에 수익증권 환매, 실질 고객예탁금 감소 등으로 이탈한 4조7000억원의 증시자금 가운데 4.5%만이 돌아온 셈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예년의 1월 자금 유입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외국인투자자들의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수위를 가늠케 하는 MMF 잔고는 지난해 내내 40조원대에 머물다가 12월 이후 50조원을 넘어 현재 57조원대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투자 전략〓증시 전문가들은 1·4분기를 올 주식시장의 최대 시련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민간소비 위축과 가계신용 경색, 유가 환율 안정 등 주요 위험요인에서 해결 시그널이 나오려면 적어도 두세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간과의 싸움’에 대비하는 수세적인 투자자세가 요구된다.

오 연구위원은 “증시 수급여건이 당장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정보기술(IT)주나 경기민감주보다는 저평가된 가치주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변준호 선임연구원은 “지난 연말부터 IT주에 밀려 낙폭이 컸고 원화 강세에도 잘 버티는 내수 소비주 중 투자 종목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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