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귀족 마케팅?…우린 서민 마케팅"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19분


지난달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가 서울 명동에서 선보인 '길거리 시민 유세전'에서 시민들이 신문고를 울리며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지난달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가 서울 명동에서 선보인 '길거리 시민 유세전'에서 시민들이 신문고를 울리며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매주 월요일 아침 호주계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양재점은 사람들로 붐빈다.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이 이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들르기 때문.

지난해 7월 행사가 처음 시작됐을 때 무료식사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이제는 주변 직장인뿐만 아니라 서초구청 공무원들도 먼 걸음을 마다 않고 월요일 아침마다 이곳으로 모여든다. 빵, 스프, 커피 등 100인분의 아침 식사는 금방 동이 난다.

최근 주한 외국기업들 사이에는 일반 소비자들의 정서에 파고드는 ‘풀뿌리(Grass-roots)’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화려한 이미지의 연예인을 동원하거나 값비싼 경품을 내거는 대신 실수요자들에게 한발짝 다가가서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밀착형’ 마케팅 기법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계 스포츠 신발 및 의류 제조업체 뉴발란스는 각종 동호회 지원과 마라톤 대회 후원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들이 유명 스타에게 제품 모델비로 쏟아붓는 비용의 1% 정도만을 광고비로 지출한다. 남는 마케팅 예산은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고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사용한다.

지난해는 서울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혹서기 마라톤, 서울어린이 소아암 마라톤 등 6개의 대회를 후원했다.

뉴발란스는 달리기 마니니아들을 위한 ‘러닝 클럽’도 운영한다. 소정의 수강료만 받고 체계화된 달리기 교육을 하는 이 클럽은 최근 국내의 달리기 열풍을 반영하듯 수강생들로 붐빈다.

지난달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는 시민들이 원하는 새 대통령상을 알아보는 ‘길거리 시민 유세전’을 선보였다. 깨끗한 호주산 소고기의 이미지와 새 대통령의 희망의 이미지를 접목한 이 행사는 명동에 대형 신문고와 칠판을 설치해 놓고 일반 시민들에게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호주산 소고기 1.5㎏씩을 선물했다.

제약회사 한국 쉐링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피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캠페인은 대학가와 웨딩숍 등에 피임 소책자를 무료로 배포해 젊은이들에게 피임 정보를 제공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양재점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제공하는 무료 아침식사에 지역 주민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제공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지난해 10월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캠페인에서는 무료 책자 배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피임상식 길거리 퀴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주한 외국기업들은 1∼2년 전까지만해도 상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귀족 마케팅’이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 소비가 위축되면서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략이 더 설득력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박계윤 마케팅 팀장은 “무료 아침식사를 제공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관심사가 뭔지 알게 됐다”면서 “아침식사를 위해 들르는 고객들이 점심과 저녁에도 자주 매장을 찾다보니 매출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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