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매출은 줄지만 주가엔 긍정효과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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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적용되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유통업체들의 외형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주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은 올해부터 매출 계산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은 1만원짜리 물건의 거래를 중개했을 때 매출을 1만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실제로 업체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수수료 80∼100원만 매출에 반영해야 한다.

홈쇼핑 및 인터넷쇼핑 업체들은 이미 회계기준 변경공시를 냈다. 백화점업계는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만한 조치를 요구하며 변경안 채택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올해 중 모든 유통업체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 및 주가에 미치는 영향〓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홈쇼핑업체 70%가량 △백화점 50∼60% △할인점 5∼1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순위도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LG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종전 회계기준으로 오프라인 업체의 순위는 지난해 말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 테스코 등의 순. 하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신세계 롯데 테스코 까르푸 월마트 현대백화점 순으로 바뀐다.

홈쇼핑 선두업체인 LG홈쇼핑과 CJ홈쇼핑의 매출도 각각 1조8000억원, 1조4000억원에서 4800억원, 4000억원대로 줄어들면서 NHN 옥션 등과 선두다툼을 벌여야 한다.

덩치는 달라지지만 수익규모나 기업 펀더멘털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들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경영전략의 중심이 외형에서 이익으로 옮겨지면서 주가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오히려 클 것으로 기대한다.

메리츠증권 홍성수 애널리스트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과제는 고객 늘리기가 아니라 기존 고객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기”라며 “회계기준 변경은 이 같은 트렌드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유통업체 실적 추정 및 전망 (단위:억원)
2002년 4·4분기2003년 1·.4분기투자의견
매출영업이익순이익매출영업이익순이익
신세계177001220770183201213830매수
현대백화점44302751304420380280보유
LG홈쇼핑50362331585280230180보유
CJ홈쇼핑4040138924183150125보유
매출은 종전 회계방식으로 산출. 자료: 메리츠 증권

▽업계 움직임〓유통업체들은 새 회계기준에 맞는 영업전략을 짜는 데 부심하고 있다.

LG홈쇼핑은 최근 컴퓨터 판매 방송횟수를 주 2.5회에서 주 1.5회로 줄였다. 가격은 비싸지만 마진이 박하기 때문. CJ홈쇼핑은 패션상품 방송비율을 올해 들어 16%에서 22%로 늘리고 미용관련용품은 10%에서 14%로 늘렸다. 반면 가전과 컴퓨터는 각각 12%에서 9%, 7%에서 4%로 줄였다.

인터넷쇼핑몰도 매출목표를 낮춰 잡고 실속경영 채비에 나섰다. 인터파크는 올해 쇼핑몰 매출목표를 총 매출 기준 2450억원에서 수수료 기준 300억원으로 변경했다.

반품이나 재고 등에 대한 부담없이 수수료만 받는 ‘수수료 매장’의 비중이 80%에 이르는 백화점들은 일단 버티기로 나오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통업계의 이익 중심 경영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며 “새로운 추세를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가 시장의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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