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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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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은 미군철수 또는 감축이 공론화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기업하기 위험한 곳’으로 인식할 우려가 높아 개방 경제시스템인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주한미군 철수가 실제로 가시화 단계에 들어가면 한국군으로 대체 전력(戰力)을 마련하는 데 앞으로 5년간 33조원 이상의 국방비 부담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분석돼 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북한연구팀장은 “지금처럼 남북, 북-미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거론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시스템에서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이나 무역상대국에 (부정적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움직임은 한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를 끌어올려 새로운 외자유치를 어렵게 하고 무역거래에도 큰 손실을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증시 개방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면서 현재 외국인들이 보유한 상장주식 지분은 금액 기준으로 약 30%에 이른다.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KT(옛 한국통신), 국민은행 등 종합주가지수에 영향이 큰 ‘대형주’를 많이 갖고 있다. 만약 외국인 보유지분 중 10% 정도만 내다 팔아도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북한 핵문제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공론화된다면 훨씬 충격이 클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의 지속적인 갈등이 예상돼 더욱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군철수가 이뤄질 경우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현재 한미 합동국방체계에서 미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앞으로 5년간 매년 투자비 32억달러, 유지비 20억달러 등 총 260억달러를 투입해야 미군철수에 따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 총 국방예산의 2년치에 해당한다.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