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계리인 조철웅-김화실 "실무문제보다 이론문제 많이 출제"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14분


보험업계에서는 드물게 부부 보험계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현대해상 조철웅(오른쪽) 대리와 SK생명 김화실 대리가 활짝 웃으며 계리인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종승기자
보험업계에서는 드물게 부부 보험계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현대해상 조철웅(오른쪽) 대리와 SK생명 김화실 대리가 활짝 웃으며 계리인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종승기자
SK생명 상품개발팀 김화실(27) 대리가 지난달말 보험계리인 시험에 최종 합격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현대해상 상품개발부에서 근무하는 남편 조철웅(31) 대리였다.

한양대 보험경영학과 3년 선배이기도 한 조 대리는 95년 12월 현대해상에 입사한 후 97년 2월 김 대리와 결혼했고 그 해 11월 계리인 시험에 합격했다.

남편의 영향으로 김 대리는 ‘보험사 상품개발 분야에서 일하려면 계리인 자격증은 필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는데 먼저 자격증을 딴 남편은 큰 힘이 됐다.

계리인 시험에 응시하겠다는 김 대리에게 남편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 좋은 교재를 소개하거나 예상문제를 찍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99년 첫 도전한 시험 결과는 낙방이었다. 이후 김 대리는 남편에게 늘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았다.

“바닥이 좁다보니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잘 알아요. 주위 사람들이 남편에게 ‘부인은 언제 시험에 합격하느냐’고 묻곤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미안했어요.”

하지만 직장인이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남편은 묵묵히 부인의 합격을 기다렸다.

“예전에는 2차 시험에 실무적인 문제가 많아서 재학생이 합격하기가 매우 어려웠지요. 요즘은 이론적인 문제로 많이 바뀌어서 재학생들도 많이 붙습니다. 그만큼 직장인이 합격하기 어려워진 거지요.”(조 대리)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김 대리는 보란 듯이 시험에 합격했다. 직장 동료들이 “부부 계리인은 처음 아닌가?”하고 물어올 때면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조 대리는 “보험계리인은 회사 자산과 부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향후 금리나 각종 리스크를 예측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보험회사 상무로 재직하다 퇴직한 시아버지께서 손주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기다려주신 덕분”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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