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격 귀국 "왜 하필 지금"…'미묘한 시점 귀국'에 촉각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44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이인철기자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이인철기자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16일 자진 귀국해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귀국 배경 및 관련 수사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는 특히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가 98년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조만간 제시하겠다고 밝혀 사실여부에 따라서는 파장이 예상된다.

▽왜 귀국했나〓4월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놓고도 귀국하지 않았던 이씨가 지난달 27일 정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설을 제기한 이른바 ‘도쿄 발언’ 이후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귀국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에 대한 본격 수사가 이뤄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씨의 자진 귀국은 자식들과 관련한 병역비리 혐의가 크게 중하지 않아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아들의 병역비리 혐의 가운데 셋째아들에 대한 카투사 선발을 청탁하며 800만원을 건넨 혐의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상태인데다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미 이뤄진 만큼 순순히 조사를 받고 ‘해외도피자’ 신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수사 전망〓이씨가 연관된 검찰 수사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정 후보 개입설 근거 △현대상선의 4900억원 대북 지원 의혹 △아들 병역비리 연루 혐의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아들 병역비리 부분은 혐의를 인정해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설 및 4900억원 대북지원 의혹에 대한 수사는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현대중공업 고문이자 대주주였던 정 후보가 현대전자에 자금 지원을 지시해 주가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99년 검찰수사에서 자신과 이영기(李榮基) 당시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공모해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결론 내려진 것은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이 “몽준이를 봐달라”고 했기 때문에 연루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대북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주가조작 사건 이후 회사 일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대북지원 의혹이 제기된 2000년 4월의 상황은 전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건은 지난달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가 각각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여서 실체 규명이 불가피한 상태다. 주가조작 부분에 대한 수사의 파문은 앞으로 이씨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 증거와 진술을 내놓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공모했던 이영기 전 부사장 등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재조사 결과도 사건 실체를 밝히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정 전 명예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정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당시 현대그룹 회장을 도와 대북사업에 상당히 관여했던 만큼 대북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대선 정국에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현재 단순 참고인에 불과해 수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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