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타워팰리스, 신발장도 평형에 맞게 달리 제작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03분


“35평형이면 35켤레 정도, 102평형이면 100여 켤레가 들어가는 신발장을 짜 넣었습니다.”

25일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의 진행을 맡은 유광석 삼성물산 전무(53). 그가 신발장을 강조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까다로운 입주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이기 때문.

“강남지역 아파트를 표본조사한 결과 묘하게도 평형과 신발장에 보관할 신발 켤레수가 비례한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유 전무는 입주일이 다가오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지만 대화 틈틈이 이런저런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

“타워팰리스는 이미 한국 주거문화의 미래를 가늠하는 실험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 치의 허점도 없어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철저히 고객 중심의 설계와 시공을 고집했다. 그 결과 35∼102평형 아파트 1297가구와 오피스텔 202실이 모두 다르게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옵션이 50가지가 넘는 데다가 착공 이후에도 입주자의 요구에 따라 2번 이상 설계를 변경해야 했다. 같은 평형이면 평면이 모두 똑같아 ‘닭장’이라 불리는 아파트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개념의 공동주택이 만들어진 셈.

유 전무의 출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99년 3월 처음 사업팀을 만든 뒤 가진 미팅 때였습니다. 입주자의 성향을 고려할 때 평형이 크더라도 방이 3개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경험에만 의존한 실무자들이 계속 반대를 하더군요.”

논란 끝에 방 3개짜리와 방 4, 5개짜리를 함께 고객에게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자는 것으로 절충됐다. 결과는 입주자의 95%가 유 전무의 아이디어를 선택했다. 그는 타워팰리스에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이 ‘교통 대란(大亂)’에 빠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듯 했다.

“입주자 가운데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하는 사람은 15∼20% 정도이고 대부분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종에 근무하거나 현직에서 은퇴한 사람입니다. 교통체증이 약간 늘어날 수 있겠지만 ‘교통 지옥’은 없을 것입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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